지난해 10월 31일 이재명(오른쪽) 대통령이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먼저 중국, 한·중 이해 맞은 국빈 방문
1일 청와대와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달 4일부터 7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4일 베이징으로 입국해 시 주석 등 중국 고위층과 회담하고 중국에 진출한 기업 및 교민과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상하이를 거쳐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등을 방문한 후 귀국한다.
애초 이 대통령의 연초 순방지는 일본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지난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한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이 대통령을 초청했지만 방중 시기는 빨라야 3~4월로 예상했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난 게 얼마 지나지 않았고 중국은 3월 최대 연례행사인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를 앞두고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이 대통령의 연초 방문설이 돌더니 결국 중국의 새해 연휴(1월 1~3일) 직후 중국을 찾게 된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방중 시기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일각에선 한국과 중국의 이해가 맞았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 측에선 한·중 관계를 개선해 실용 외교 성과를 위해 연초 중국 방문을 타진했고, 중국에선 일본보다 먼저 중국을 방문함으로써 이 대통령의 새해 첫 순방이라는 명분을 얻은 것이다.
이와 관련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조기에 중국을 방문했으면 한다는 마음을 밝힌 바도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일 경북 경주 소노캄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최 국빈만찬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은 통상 연초에 양회 준비 등 연간 정책 기조를 조율하는 데 공을 들이기 때문에 굵직한 정상회담을 만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연초부터 시 주석이 이 대통령을 만나기로 한 이유는 최근 중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중은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경제무역 회담을 통해 관세 전쟁은 일단 잠잠해졌으나 여전히 수출 통제, 기업 제재 등으로 진통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강력한 동맹인 일본과는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중국은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리고 일본 영화·공연을 금지하는 등 한일령(일본 문화 제한령)을 조치하는 한편 국제사회에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우려를 전하고 있다.
미·일과 갈등 국면에 놓은 중국으로선 동북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마침 미·일 동맹을 강화했던 윤석열 정부와 달리 실용 외교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반도 마련됐다.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GT)는 이 대통령 방중을 앞두고 “이전 정부보다 한·중 관계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졌다”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백범 김구 선생 150주년을 맞아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에 들를 것임을 언급하며 김구 선생이 ‘일본 식민 통치에 맞선 투쟁의 중심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중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맞서 싸웠던 한국과의 연대를 강조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29일 홍콩에서 대중음악 시상식 ‘2025 마마 어워즈’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적극적인 신호에 맞춰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1일 한·중 정상회담에선 관계 개선에 대한 공감대만 마련했다면 두 달여 만에 이뤄지는 이번 만남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분야는 한한령(한국 문화 제한령) 해제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부터 불거졌던 한한령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회담 논의 안건으로 올라오기 어렵다. 다만 한·중이 문화 교류에 대해선 논의하고 있는 만큼 한국 대중문화의 중국 진출이 제한적으로나마 이어진다면 한한령 해제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도 이번 회담에서 기대되는 성과다. 안중근 의사는 중국 다롄의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 측은 그간 외교 회담에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 중국 측 협조를 요구해왔다.
이 대통령도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가보훈부에 안중근 의사를 포함한 독립유공자 유해의 발굴·송환 문제를 의제로 미리 논의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베이징에 있는 한 소식통도 “중국 정부에서 이번에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제무역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희토류 등 중국과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것은 물론 중국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협업을 모색할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서해에 설치한 석유시추설비 형태 구조물. (사진=연합뉴스)
정상회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점도 있다. 중국이 양보하지 않는 지정학적 문제들이 있는데 이중 한국이 추진하는 핵 추진 잠수함이 대표 사례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한·미 핵잠수함 협력에 대해 중국은 여러 차례 견해를 밝혔다”며 “한국 신중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도 한국의 핵잠 관련 “핵 비확산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사실상 반대 뜻을 내보였다.
중국이 서해 상에 무단 설치한 불법 구조물과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도 예민한 사항이다. 한국은 그간 경로를 통해 서해 불법 구조물과 관련해 중국 측에 우려의 입장을 전했으나 아직 속 시원한 해답을 듣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아주 못됐다”고 비판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은 정상회담에서 안건이 될지 불투명하다. 만약 불법 조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도 양국 간 입장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