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엘라 中기업 제재…마두로는 미국인 구금 맞불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01일, 오후 05:08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겨냥해 중국·홍콩 소재 석유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베네수엘라는 이에 맞서 미국인들을 잇따라 구금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사진=AFP)
3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베네수엘라 석유 부문에서 사업을 하는 중국·홍콩 소재 기업 4곳과 유조선 4척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은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와 홍콩에 사무실을 둔 ‘에리즈 글로벌 투자’, 중국 저장성 저우산시 소재 ‘코니올라’, 홍콩 소재 ‘크레이프 머틀’과 ‘윙키 인터내셔널’ 등이다. 이들 기업은 특별지정국민 및 차단대상(SDN) 목록에 추가됐다.

유조선은 에리즈와 연관된 홍콩·중국 선적 원유 유조선 ‘델라’와 ‘밸리언트’, 크레이프 머틀과 연관된 파나마 선적 원유 유조선 ‘노르드스타’, 윙키 인터내셔널과 연관된 기니 선적 석유제품 유조선 ‘로절린드’ 등 4척이다.

미국은 그간 베네수엘라 석유 거래와 연관된 기업들과 선박들을 제재해 왔으나,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하는 중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번 제재는 중국 측에 보내는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석유의 최대 고객이다. 석유 수출 대금은 베네수엘라 정부 세입의 약 95%에 해당한다.

OFAC은 “마두로 정권은 제재 회피 등 제재 대상 활동을 용이하게 하고 불안정화 작전을 위한 수익 창출을 위해 전 세계 선박으로 구성된 그림자 선단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림자 선단은 국제 제재를 피해 원유 등의 불법 수송에 관여하는 유조선 등 선박 집단을 가리킨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불법적인 마두로 정권이 미국에 치명적 마약을 범람하게 하면서 석유 수출로 이익을 얻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을 계속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약 운반선 30여건 공격…110여명 사망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와 별도로 마약 운반 의심 선박에 대한 군사작전을 지속하고 있다.

미군 남부사령부는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공해를 지나는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공격했다. 29일 선박 1척을 공격해 2명이 사망했고, 30일에는 3척을 공격해 3명이 숨졌다. 31일에도 2척에 공격을 가해 5명이 사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이래 동태평양과 카리브해 중남미 근방 해역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에 대해 30여건의 공격을 가했다. 이에 따른 사망자 수는 110여명에 달한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C-130 항공기를 배치하고 근처 수역에 있는 선박들과 협조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베네수엘라의 한 부두 시설을 드론 공격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초국적 범죄 조직 ‘트렌 데 아라과’의 마약 저장고로 추정되는 곳이다.

지난해 12월 31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군 남부사령부(U.S. Southern Command)의 엑스(X) 계정 영상 캡처 이미지. 미군 남부사령부는 마약 밀매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타격한 장면이라고 밝혔다. (사진=미군 남부사령부, 로이터)
◇베네수엘라, 미국인 최소 5명 구금

미국의 군사·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최근 수개월간 미국인들을 잇따라 구금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베네수엘라 당국이 최소 5명의 미국 시민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 중 베네수엘라-미국 이중 국적자가 3명이고, 베네수엘라와 연고가 없는 미국인이 2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 중 최소 2명은 베네수엘라가 별다른 이유 없이 부당하게 구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초 베네수엘라 남부 국경을 넘은 장기 여행자가 부당 억류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는 미국인 2명 중 1명으로 알려졌다.

마두로 정권은 과거에도 미국인 수감자를 협상카드로 활용한 전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리처드 그리넬을 특사로 보내 수감 중인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 17명을 석방시켰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경제적 압박을 강화하자 베네수엘라는 더 이상의 수감자 석방을 중단하고, 지난해 가을부터 미국인 억류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양국 갈등 격화…군사작전 확대 가능성도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정권을 마약 카르텔과 연계된 ‘불법 지도자’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초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베네수엘라 카르텔에 대해 군사력 사용을 지시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 측에 ‘즉각 사임하고 망명하라’는 취지의 최후통첩을 했으나 마두로 대통령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수행해온 군사 작전을 베네수엘라 지상 목표로도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목표로 군사작전을 벌일 가능성에 대한 관측도 확산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을 지낸 미 예비역 해군 제독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마두로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압박을 부를 뿐 양보를 끌어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마두로 정권은 미국의 일련의 조치가 베네수엘라 석유를 강탈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도 베네수엘라 항구에 대한 미국의 차단 조치와 선박 나포 조치가 “일방적 강압”이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제재 대상인 기니 국적 유조선 ‘MT 반드라(MT Bandra)’가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푸에르토 카베요 인근 엘 팔리토 터미널에서 다른 선박과 나란히 정박해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