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과열 속에서 AI가 이미 버블 단계에 진입했는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다. 하지만 AI 혁신을 단순한 거품으로 규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오히려 지금은 사이클상 초기 단계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AI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통해 거의 모든 산업 구조를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올해 초 ‘딥시크 모멘트’는 AI 추론 기술의 전환점을 의미하는 사건으로, 이후 AI 생성 속도의 가속화와 대형 언어 모델의 성능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AI 붐은 자연스럽게 닷컴 버블과 비교되지만, 둘 사이에는 뚜렷한 구조적 차이가 존재한다. 2000년대 초반 닷컴 시대는 수익 모델조차 불분명한 기업들이 인터넷이라는 이유만으로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였고, 그 결과 수익화 실패와 함께 거품이 붕괴됐다.
반면 현재 AI 중심의 상승 국면은 이미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춘 초대형 기술 기업과 일부 투기적 성격의 초기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자금 유입이 비상장 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 역시 과거와는 다른 특징이다.
물론 우려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AI 인프라 투자를 주도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풍부한 현금흐름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수익 실현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지만, 규모가 작거나 수익성이 취약한 기업들은 이러한 여유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압박 속에 기업들은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며, 동시에 그만큼의 수익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격차는 AI 인프라 확장이 다음 단계로 접어들수록 더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부채를 활용한 투자 확대, 비상장 기업의 과도한 밸류에이션, 순환적 자금 조달 구조, 사모 신용 시장을 통한 자금 유입 등 잠재적 불안 요소가 동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거품의 붕괴는 기술 자체의 실패보다도 과도한 레버리지와 취약한 자금 조달 구조가 원인이 된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지는 환경에서 투자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가격 결정력이 부각된다. 가격 결정력을 유지하며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방어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 미래 전략 산업 내에서의 확고한 위치, 그리고 견조한 재무 구조를 갖춘 기업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를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위험 감수 성향이 높은 투자자라면, 지속가능한 성장성과 수익화 가능성을 갖춘 차별화된 지적 재산권 보유 기업이나 경쟁 우위를 지닌 파괴적 혁신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테마형 성장 투자에서 핵심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방어적 자산 배분을 선호하는 투자자에게 AI가 배제할 대상인 것은 아니다. 핵심 사업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AI를 통해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을 확보하는 기업은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완화하는 동시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AI 시대의 투자는 과도한 낙관에서 벗어나 선별의 과정이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충분한 재무적 체력을 갖춘 기업을 가려낼 수 있는 투자자만이 AI 열풍 속에서 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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