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탄탄한데 저평가된 韓시장…과대평가된 S&P500보다 매력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07일, 오전 11:20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160억 달러(약 23조원)를 운용하는 월가 대체투자 운용사 엔트러스트 글로벌이 바라본 한국 시장의 평가는 분명하다. 기업의 경쟁력과 재무 구조는 탄탄하지만 시장 가격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피아 박 뮬렌 엔트러스트 글로벌 사장은 이데일리와 신년 특집 인터뷰에서 한국 시장을 “정교한 시장이자 규모가 큰 경제”로 평가하면서도 “기업의 재무구조와 현금 흐름에 비해 시장 평가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소피아 박 뮬렌 엔트러스트글로벌 사장이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한 엔트러스트글로벌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상윤 특파원)
◇“한국, 경쟁 가능한 산업 포트폴리오·안정적인 현금 창출력 보유”

박 뮬렌 사장은 월가가 다시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로 ‘객관적인 저평가’를 가장 먼저 꼽았다. 그는 “한국 시장이 저평가돼 있다는 점이 하나의 이유다”며 “좋은 투자를 찾고 있다면 이미 과대평가한 자산을 찾으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을 언급하며 “S&P는 소수 기업이 주도하고 있고 과대평가됐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말로 매력적인 위험 대비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결국 매력적인 진입 시점을 찾게 된다”며 “그런 점에서 한국 시장은 지역 내 다른 시장과 비교해 보면 분명히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정교한 시장이고, 규모가 큰 경제이며, 기업들은 재무구조와 현금흐름 측면에서 매우 강하지만 그것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밸류에이션 지표 역시 이런 인식을 뒷받침한다. 박 뮬렌 사장은 “한국 시장의 전반적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 미만, 약 0.8~0.9배 수준으로 유사한 시장과 비교하면 저평가돼 있다”며 “이 저평가는 해결 가능한 이유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오히려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기업의 현금흐름 안정성과 산업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강점으로 꼽았다. 글로벌 경기 변동 속에서도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구조가 투자 판단에서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객관적인 저평가가 존재한다면 투자자는 결국 그 가격 변화를 이끌 촉매가 있는지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한 촉매는 단기 이벤트가 아니다. 박 뮬렌 사장은 최근 한국 시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 투명성 제고, 주주 환원 확대와 같은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이런 움직임이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성과를 만들어낸다면 한국 시장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단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쟁을 넘어, 재평가 가능성을 가늠하는 단계라는 의미다.

엔트러스트 글로벌이 이런 환경에서 포착하는 기회는 ‘타깃 중심의 투자 논리’다. 박 뮬렌 사장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나 경기 침체 가능성, 금리 불확실성이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인식하지만 거시적인 변수의 예상 결과에 근거해 특정 투자 논리를 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투자 판단의 출발점은 개별 자산이 어떤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는지, 그리고 그 자산이 구조화된 수익 모델과 장기 계약을 통해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맞춰져 있다.

이런 판단에는 투자 관점뿐 아니라 엔트러스트 글로벌 비즈니스 관점도 일부 반영돼 있다. 박 뮬렌 사장은 “단순히 투자 관점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며 엔트러스트 글로벌의 사업에서 해양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 조선사에 대해 “매우 정교하다”고 평가하고 사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자산을 만들어낼 수 있는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박 뮬렌 사장은 “조선의 경쟁력을 값싼 노동에서 찾는 시각은 오래전에 끝났다”며 “고도의 기술과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실물 자산을 정확한 사양과 일정에 맞춰 만들어내는 능력이 본질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 비즈니스의 핵심은 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선박을 보유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은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글로벌 무역과 에너지 인프라를 가능하게 하는 자산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K-팝도…이름·이미지·초상권 활용한 다양한 투자 가능

엔트러스트 글로벌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스포츠·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지식재산(IP) 투자도 마찬가지다. 박 뮬렌 사장은 “스포츠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는 독립적인 전략 관점에서 집중하기로 한 분야다”며 “보편적인 팬덤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어떤 산업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글로벌 현상이다. 매우 몰입도가 높은 수요를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엔트러스트 글로벌은 이 전략을 위해 스포츠 생태계 전문 투자 조직인 원 팀 파트너스와 협력하고 있다. 박 뮬렌 사장은 “원 팀 파트너스는 프로 선수뿐 아니라 대학 선수까지 포함해 가장 광범위한 선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선수들의 이름(Name), 이미지(Image), 초상권(Likeness)을 활용한 투자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팀이나 리그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의류, 콘텐츠, 헬스와 웰니스, 판타지 스포츠, 비디오 게임 등 스포츠 생태계 전반에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투자 논리는 한국 콘텐츠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뮬렌 사장은 “K-팝을 예로 들자면 파란 표지의 평범한 노트에 BTS의 이름과 이미지, 초상권을 붙이면 전혀 다른 가치의 제품이 된다”며 “바로 그 개념을 스포츠 투자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자와 콘텐츠 역시 실제 수요가 존재하는 한 상업화와 수익화가 가능하며, 이름과 이미지, 초상권을 상업화하는 구조는 한국 시장에서도 충분히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피아 박 뮬렌 엔트러스트글로벌 사장


△소피아 박 뮬렌 엔트러스트 글로벌 사장은

소피아 박 뮬렌 사장은 미 조지타운대에서 학사를, 노트르담대 법학대학원에서 법학박사를 취득했다. 기업 구조조정·파산 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2013년 엔트러스트 글로벌에 부사장으로 합류 한 뒤 지난 2023년 미 월가 대체투자 운용사인 엔트러스트 글로벌(Entrust Global)의 사장(President)에 올랐다. 공동투자 전략을 이끌며 운용자산(AUM) 확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법조계에서 쌓은 분석·구조화 역량을 대체투자 운용에 접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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