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강점은 친환경·고부가선박 맞춤 제작 능력"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06일, 오후 10:39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고도의 기술과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실물 자산을 정확한 사양과 일정에 맞춰 만들어내는 능력이 한국 조선의 본질적 경쟁력이다.”

소피아 박 뮬렌 엔트러스트글로벌 사장
월가 사모펀드 엔트러스트 글로벌의 투자 논리를 압축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운용자산 160억 달러(약 23조원) 규모의 대체투자 운용사 엔트러스트 글로벌의 소피아 박 뮬렌 사장은 이데일리와의 신년 특집 인터뷰에서 한국 조선의 강점을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선박을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설명했다.

이 같은 투자 논리는 엔트러스트 글로벌의 실제 선박 투자 사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엔트러스트 글로벌이 보유한 해양 기업 퓨러스 마린(Purus Marine)은 글로벌 에너지·해상 고객을 대상으로 선박 관리, 선박 설계, 운영 서비스, 신조 감독 등 해양 인프라 전반을 제공하는 해양 자산 보유·운용 회사다. 이 회사는 환경 성능을 개선한 선박과 해양 인프라 자산을 확보한 뒤 이를 장기 계약 형태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박 뮬렌 사장은 “이 비즈니스의 핵심은 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선박을 보유하는 데 있다”며 “단순히 배를 건조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비즈니스 모델을 가능토록 자산을 확보하는 게 사업의 출발점이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가장 중요한 거래 상대방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퓨러스는 여러 거래 상대방을 활용하고 있지만 조선 분야의 전문성 때문에 주요 거래 상대방은 한국이다”고 말했다. 퓨러스 마린은 지난 2020년 설립 이후 70척 이상의 선단을 구축했으며 이 가운데 17척을 한국에서 발주했다. 이를 통해 한국 경제에 투입된 금액은 약 23억 달러에 달한다.

박 뮬렌 사장은 퓨러스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선박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한국 조선사와 협의 중인 신규 발주 파이프라인은 약 40억 달러 규모다. 그는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름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한국 투자자라면 모두 알고 있는 대형 조선사다”며 “이들 조선사와는 사업 초기인 2020년부터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국 조선사를 선택한 이유는 가격만이 아니다. 박 뮬렌 사장은 해양 에너지 인프라를 지원하는 선박이 설계·운영·유지관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합 자산이라고 했다. 이러한 자산 제작 역량이 사업의 안정성과 확장성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퓨러스 마린은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박 뮬렌 사장은 “계약한 현금흐름만 보더라도 60억 달러 이상의 매출 백로그(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장기 계약을 맺은 블루칩 고객이고 계약 평균 기간은 약 13년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해양·해운 산업 전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박 뮬렌 사장은 “해양·해운 산업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여러 순풍 요인이 있다고 본다”며 “에너지 전환과 글로벌 해상 물류 확대 속에서 친환경·고부가 선박에 대한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조선·해운을 단순한 경기 민감 업종이 아니라, 글로벌 실물 투자 사이클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로 다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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