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학계도 경고한 '박나래 나비약'…"살 빼려다 심장병"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08일, 오전 08:44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최근 개그우먼 박나래 씨가 ‘주사이모’로부터 이른바 ‘나비약’을 건네받아 복용해 왔다는 전 매니저의 방송 인터뷰 등이 공개되면서, 약의 주요 성분인 펜터민(phentermine)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우리나라에서 펜터민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된다. 의사의 처방 없이 이를 유통·소지·복용할 경우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미국 최고의 병원으로 꼽히는 메이요클리닉을 비롯해 미국 국립의학도서관(NLM),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등 해외 의학계와 공공기관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이 성분으로 인한 심장질환·폐고혈압·중독 위험을 경고해왔고, 실제 유명인의 사망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식욕 줄이지만 심장에 부담”…펜터민의 민낯

펜터민은 비만 치료에 쓰이는 식욕억제제 성분으로, 교감신경을 자극해 식욕을 줄이는 중추신경계 자극제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은 펜터민을 “단기간(몇 주)에 한해 비만 환자의 체중 감량을 돕기 위해 처방되는 약”이라고 정의하면서, 흔한 부작용으로 빠른 심박수, 불면, 신경과민, 변비 등을, 심각한 부작용으로는 고혈압·심장질환이 악화될 위험을 명시했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이 운영하는 건강정보 웹사이트인 메드라인플러스(MedlinePlus) 역시 “펜터민이 혈압 상승, 심계항진(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져 불쾌한 기분이 드는 증상), 어지러움, 떨림, 불면을 일으킬 수 있으며, 호흡곤란·가슴 통증·다리 부종·심한 기분 변화가 나타날 경우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펜터민을 포함한 다이어트 약물에 대한 국제적 경고가 본격적으로 쏟아진 것은 1990년대 ‘펜펜(Fen-Phen)’ 사태 때였다. 펜펜은 세로토닌계 약물 펜플루라민(fenfluramine)과 펜터민을 함께 처방하는 방식으로, 당시 미국에서 ‘기적의 다이어트약’으로 불리며 대규모로 사용됐다.

그러나 1997년 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진이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펜펜 복용 여성 24명에서 심각한 심장판막 질환과 폐고혈압이 관찰됐다는 증례 보고를 발표하면서, 펜펜의 위험성이 본격적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펜플루라민-펜터민 치료가 심장판막 질환 및 폐고혈압과 연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치료 대상자들에게 이러한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을 반드시 알릴 것을 권고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같은 해 펜플루라민·덱스펜플루라민 제조사에 심장판막 질환 위험 경고 문구를 추가하도록 지시했고, 사례 보고가 늘자 두 약물은 결국 시장에서 자진 회수됐다.

이후 연구들에서 주된 책임은 펜플루라민에 있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 의학계와 규제당국은 ‘심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이어트약’ 전반에 대해 경계심을 크게 높이게 됐다. 펜터민 역시 ‘단기 처방, 고위험군 제한’이라는 강한 사용 원칙 아래 관리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펜터민 알약을 개념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중독·과다복용 시 심장마비 위험”…유명인 사망 사례도

펜터민이 실제로 치명적 결과로 이어진 사례 가운데 가장 자주 언급되는 사건은 미국 프로풋볼(NFL) 스타이자 영화 ‘폴리스 아카데미’로 알려진 배우 버바 스미스(Bubba Smith, 1945~2011)의 사망이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검시당국 부검 결과에 따르면, 스미스의 체내에서는 체중감량제 펜터민 농도가 높게 검출됐고, 사인은 ‘급성 펜터민 중독’과 기저 심장질환으로 기록됐다.

ABC뉴스는 독성학자를 인용해 “급성 펜터민 중독은 중추신경계 과도한 자극으로 인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고 체온이 상승해 결국 쓰러질 수 있다”며, 특히 기존에 심장병이 있던 스미스에게는 치명적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1990년대 펜펜 사태와 버바 스미스 사망 사례가 남긴 교훈은 △심장을 자극하는 다이어트약은 결코 ‘가벼운 약’이 아니며, △특히 기존 심장질환·고혈압·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개그우먼 박나래 씨와 먹방 유튜버 입짧은햇님에 대해 의료법 및 마약류관리법을 위반했다는 취지의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국내 의사·약사 등 전문가들도 펜터민 성분에 대한 위험성을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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