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관세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을 역임한 앨런 울프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7일 분석 보고서에서 “대법원이 지난달 일리노이 주방위군 사건에서 내린 판결이 관세 사건의 운명을 예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 일리노이 사건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시카고에 일리노이 주방위군을 배치하려던 계획을 6대 3으로 막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법 집행을 위해 주방위군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대법원은 “대통령이 먼저 정규군으로는 법을 집행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법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울프 선임연구위원은 “두 사건 모두 대통령이 무제한 권한을 주장하며 정부의 다른 부문 권한을 침범한다”며 “주방위군 사건은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간 수직적 권력 분립 문제이고, 관세 사건은 의회 권한 침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방위군 사건에서 법 조건을 무시하면 예외적 권한이 일반적 국내 치안 권한으로 변질된다”며 “IEEPA도 제재 법률인데 관세를 수단으로 명시하지 않았고, 무역 적자는 비상사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울프 위원은 “대법원이 주방위군 배치를 막은 것은 행정부 우호적이던 태도에서 벗어나 권력 균형을 회복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의회는 국제수지 비상사태(15% 관세, 150일 기한), 국가안보 위협(232조), 불공정 무역 보복(301조) 등 별도 권한을 제공했다”며 “상호관세는 의회가 선택한 체계를 우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앨런 울프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사진=PIIE)
비영리 정책 연구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8일 뉴스레터에서 “대법원 판결로 현재 15%인 관세가 0%로 떨어질 수 있으며, 공동 팩트시트에 열거된 협정의 나머지 조항들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수단을 통해 관세를 유지하려 하면 이재명 정부에 어느 정도 동맹의 안정성을 제공했던 고된 협상 끝에 체결된 협정에 더 커다란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법원이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단하면 이재명 정부는 국내에서 협정 파기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도 “협정에서 철수하는 것은 조선이나 핵 추진 잠수함을 포함한 협정의 다른 가치 있는 측면들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법 판결이 나올 경우 영향을 받을 한국 기업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전자 부문에서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제약 부문에서는 셀트리온(068270)이, 화학 및 산업 부문에서는 LG화학(051910)·롯데케미칼(011170)·금호석유화학(011780)·한화솔루션(009830) 등이 각각 포함됐다.
차 석좌는 미국 정부가 위법 판결 시 기업 30만 곳으로부터 징수한 최대 1500억 달러(약 218조원)를 환급해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 2월부터 납부한 모든 관세의 환급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으로선 관세가 한국의 대미 투자 3500억 달러 합의를 끌어내는 데 효과적 수단이었다고 평가했다. 자동차·디지털 무역·농업·제약 등 한국이 양보한 주요 비관세 장벽들도 대법원 판결로 위협받는 다른 요소들이라고 짚었다.
양국 모두 올해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차 석좌는 “양국 동맹은 국내 및 당파적 반응 속에서도 협정의 가치 있는 요소들을 보존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양국 행정부는 2026년 선거(미국 중간선거와 한국 지방선거)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민심으로 해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사진=CSIS)
케이토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일 기준 연방 정부는 IEEPA 관세로 1290억 달러를 징수했다. 30만1000개 미국 수입업체가 납부한 금액이다. 기업과 소비자, 주 정부가 제기한 IEEPA 관세 소송은 700건을 넘어섰다.
법률 플랫폼 로 코멘터리(Law Commentary)의 최고경영자(CEO)인 로렌스 챈 변호사는 8일 “대법원이 관세를 무효화해도 기업들이 자동으로 환급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수입업체들은 항의, 소송 등 절차적 단계를 거쳐 환급 청구권을 보존해야 한다.
그는 “통관 건수와 복잡성을 고려하면 환급 시스템은 상당한 부담을 받을 것”이라며 “일부 기업은 이미 소송을 제기해 자신들의 입장을 보호하고 있고, 일부는 오랜 행정 절차를 기다리지 않기 위해 잠재적 환급 권리를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대법원이 관세를 지지할 경우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PIIE의 울프 위원은 “이는 대통령이 맞춤형 조사나 시한 없이 광범위한 경제 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는 IEEPA 해석을 확정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방위군 사건과 관세 사건 모두 비례성 문제가 제기된다”며 “시민 소요나 경제적 위협이 의회가 의도적으로 행정부에 부여한 광범위한 권한을 정당화할 만큼 큰 규모인가”라고 반문했다.
챈 변호사는 “관세가 유지되면 수입업체들은 무역 정책의 지속적 변동성에 대비해야 하고, 양당 대통령 모두 긴급 경제 법률을 광범위한 무역 조치의 도구로 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관세법 338조로 최대 50% 관세 부과 가능
CSIS의 차 석좌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유지할 대체 수단으로 1930년 관세법 338조를 거론했다.
그는 “이 조항은 미국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불합리한’ 무역 관행을 벌이고 있다고 ‘사실로 확인된’ 국가의 수입품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광범위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무역확장법 제232조나 무역법 제301조와 달리 연방 기관의 조사 결과 없이도 발동 가능하다”면서 “이전 행정부는 관세법의 이 조항을 사용한 적이 없으며, 이를 적용하는 것은 거의 확실하게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챈 변호사도 “무효 판결이 나와도 백악관은 다른 법적 경로를 통해 일부 관세를 재부과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 대안들은 보통 더 많은 절차, 더 세밀한 조정, 그리고 중요하게는 의회가 선택한 체계와의 명확한 연관성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케이토 연구소는 “IEEPA 관세가 무효화되더라도 대통령이 신속한 환급 발행을 거부할 수 있고, 유사한 범위와 규모의 관세 체계를 만들기 위해 다른 행정 권한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며 “의회는 대통령 관세 권한의 지속적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사진=미국 연방대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