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에 인터넷까지 끊은 이란…트럼프 침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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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1월 10일, 오후 01:52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경제난으로 촉발한 이란 반정부 시위가 통제불능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 당국이 분노한 민심을 두고 전국에 인터넷을 차단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서고 있지만, 체제 전복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개입 여부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이날까지 13일째 이어졌다. 이번 시위는 리얄화 가치 폭락과 물가 폭등에 상인들이 거리로 나오면서 시작했고, 대학생과 노동자들이 합류하면서 전국으로 확산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022~2023년 이어진 ‘히잡 반대 시위’ 이후 최대 규모라고 AFP는 전했다.

분노한 민심은 신정일치 체제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로 향하고 있다. 이란 정권은 1979년 팔레비 왕조를 축출하고 신정일치 체제를 수립했다. 테헤란에 모여든 시위대는 냄비를 두드리며 ‘하메네이에게 죽음을’과 같은 반정부 구호까지 외쳤다. 이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신정일치 체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저격하는 이같은 구호는 이란에서 금기로 통했는데, 생활고에서 시작한 이번 시위가 체제 전복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팔레비 왕조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를 행진하는 시위대. (사진=AP/연합뉴스)


이에 하메네이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당국은 이란 내 국제전화와 인터넷 등 통신을 차단했고, 시위진압 과정에서는 사망자들이 속출했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금까지 시민과 군경을 합쳐 모두 62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는 이란 당국의 인터넷 차단을 두고 “학살을 준비하는 중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메네이는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이번 시위를 미국 대통령을 기쁘게 하려는 파괴자들의 탓으로 돌리며 “이슬람 공화국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는 “역사를 보면 오만한 통치자들이 교만이 극에 달했을 때 전복됐다”며 “자국 내 문제나 집중하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 지도부가 ‘큰 곤경’(big trouble)에 봉착해 있다”며 “과거처럼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한다면 우리가 개입할 것”이라며 말했다. 그는 “지상군 투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들에게 가장 아픈 곳을 매우 강력하게 타격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이란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등 이란의 역내 숙적인 이스라엘을 돕기 위해 힘을 과시해 왔다. 이란 신정체제의 붕괴는 이스라엘의 숙원이다.

팔레비 왕조 마지막 샤(국왕)의 아들 레자 팔레비도 미국이 나서 시위대를 도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는 현재 미국 망명 중이다. 팔레비 왕세자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에 영상을 올리고 “여러분에게 첫 번째 호소를 전한다”며 “8일과 9일 오후 9시 모두 함께 구호를 외쳐달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서도 “긴급하고 즉각적인 관심과 지원, 조치를 촉구한다”며 “이란 국민을 돕기 위해 개입할 준비를 해달라”고 했다.

국제사회 역시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에 우려를 표했다. 프랑스, 영국, 독일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이란 당국의 자제를 촉구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란 시내의 시위대 모습.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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