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AI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낸드 플래시, D램,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물량 상당 부분이 AI 서버로 흡수되고 있다. 이 여파로 PC와 스마트폰 등 IT 기기용 메모리는 공급 부족에 직면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메모리는 세대적 수요·공급 불균형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공급이 타이트해지자 가격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도 급반등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세 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메모리 주식은 월가에서도 ‘최대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마이크론과 씨게이트, 웨스턴디지털은 지난해 연간 주가가 두 배 이상 뛰며 S&P500 내 최고 상승 종목에 올랐다. 웨스턴디지털에서 분사한 샌디스크는 분사 이후 주가가 10배 가까이 급등했다. 메모리 사업에 집중하는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3개월 새 주가가 80% 이상 상승했다.
그럼에도 메모리 업체들은 생산을 대폭 늘리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메모리 산업은 가격 급락 시 대규모 적자로 직결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업황 침체기에는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일제히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가격 하락 국면에서 제조사들이 적자로 전환되고 주가가 급락하는 ‘잔혹한 사이클’을 반복해온 전력이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샌디스크는 2026년 회계연도(2025년 7월~2026년 6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같은 기간 설비투자 증가는 18%에 그칠 전망이다. 샌디스크의 데이비드 괴클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UBS 콘퍼런스에서 “낸드 플래시 산업 전반에 장기 공급 계약이 부족해 장기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수요 측에서도 3개월 단위보다 더 긴 기간의 약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계속 투자할 수 있으려면 수익 구조가 맞아야 하고, 거액의 손실을 반복적으로 겪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의 침체 국면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에는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엔비디아와 AMD의 AI 컴퓨팅 시스템은 막대한 양의 D램을 필요로 하고, 또 이 과정에서 방대한 신규 데이터가 생성되며, 이는 하드디스크나 플래시 기반 SSD 같은 저장 장치에 보관돼야 한다.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마크 뉴먼은 이를 ‘데이터 폭증(data explosion)’이라고 표현하며, 낸드 플래시와 하드디스크를 합친 전체 데이터 저장장치 출하량이 향후 4년간 연평균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 성장률 14%를 웃도는 수치다.
이 같은 시스템 수요의 근원은 세계 최대 기술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이끌고 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플랫폼스의 2025년 총 설비투자는 4070억 달러에 달했다. 빅테크의 설비투자 규모는 이미 천문학적 수준에 이르렀지만, 둔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비저블알파 집계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이 금액이 올해 약 523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반도체 애널리스트 조 무어는 최근 보고서에서 “수요가 이처럼 견조하게 유지된다면, (메모리 기업) 상승 국면은 여러 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