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이란 시위, 544명 숨져…트럼프 "강력 조치 검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12일, 오후 08:44

[이데일리 방성훈 김윤지 기자] 이란에서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하며 3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이란 정부가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개입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선다면 보복하겠다고 경고하면서도 물밑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미군도 이 사안을 살펴보고 있다. 몇몇 강력한 선택지들을 살펴보고 있다. 우리는 한 시간마다 (이란 상황을) 보고받고 있으며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대 간 소통을 막고 진압 장면이 해외로 확산하지 않도록 지난 8일 인터넷·통신을 차단했다. 이후 시위 가담 시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며 무력 진압을 본격화했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지난 9일 65명에서 이날 최소 544명으로 급증했다. 실제 희생자 수는 2000명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추정치도 있다.

테헤란의 시위 참가자들은 이날 가디언에 “보안군이 군중에 실탄 사격을 가했고 저격수까지 동원했다”며 “거리가 시신들과 피로 가득 채워졌다”고 전했다. BBC방송과 CNN방송도 “병원마다 총상자로 붐비고 있다”며 “시체 안치소에는 시신이 가득 쌓여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다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반복 경고했던 만큼 개입 명분은 확보한 셈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파키스탄 등 세계 각지에서도 이란 정부의 무력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가 확산하며 국제사회 시선도 그에게 쏠리고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 의사를 시사하지 않았다면 시위대가 강경 진압에 못 이겨 조기 해산했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이 전례 없는 자유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시위대를 지지했다. 이는 47년 동안 이어진 신정 체제가 곧 끝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으며, 시위대가 정부의 강경 진압에 굴하지 않고 더욱 격렬하게 저항하는 밑거름이 됐다. 즉 시위대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워싱턴DC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AFP)
시위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 시일 내에 대응 방안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3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등과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란 군사·민간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 온라인 반정부 여론 확산 지원, 추가 경제 제재, 군사 타격 등이 폭넓게 논의할 전망이다.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단말기를 이란에 보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란 정부의 폭력적인 행태가 전 세계에 알려지면 대응 수위를 높일 수 있어서다. 동시에 시위대 간 소통을 지원하면 반정부 세력의 구심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정권 붕괴 후 권력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주요 거점에 대한 직접 타격, 베네수엘라처럼 특수부대를 투입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 핵심 권력층을 제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반면 미국·이란·이스라엘 간 직접 충돌시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산할 수 있다며 ‘상징적 타격’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 정부는 이번 싸움을 “미국과 ‘시오니스트 정권’에 대항하는 이란의 국가적 저항전”이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지도자들이 어제 전화했다. 그들은 협상하길 원한다”며 뭍 밑에선 미국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부와 ‘대화’에 나선다면 미온적 대응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시위대에 실망을 안겨주고 이를 계기로 이란 정부가 탄압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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