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 압박에 ‘월가+경제석학’ 동시 경고…공화당도 제동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13일, 오전 06:5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압박을 둘러싼 파장이 금융시장과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채권 운용사들은 연준 독립성 훼손이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고, 월가 주요 투자은행은 미 증시의 단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과 공화당 중진 의원들까지 공개 반발에 나서며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PIMCO·PGIM “트럼프의 연준 압박, 금리 오히려 끌어올릴 위험”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퍼시픽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PIMCO), PGIM, DWS그룹 등 대형 채권 운용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이 금리를 낮추려는 정책 목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신뢰도가 훼손될 경우, 투자자들이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면서 장기 국채 금리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기업대출 등 각종 신용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9000억달러를 운용하는 PGIM 고정수익 부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그레고리 피터스는 “시장은 연준을 불안정성의 근원으로 인식하며 극도로 예민해질 것”이라며 “법무부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기소할 수 있다는 소식은 명백한 ‘리스크 회피(risk-off)’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를 축구 선수가 실수로 상대 팀에 골을 넣은 상황에 비유하며 “중·장기적 파장을 동반한 제도적 규범 훼손”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를 웃도는 상황에서도 금리 인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연준을 거듭 압박해 왔다. 입증되지 않은 의혹을 이유로 리사 쿡 연준 이사의 해임을 시도했고, 강한 금리인하를 주장해온 참모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연준 이사로 지명하기도 했다.

연준이 지난해 9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재개했음에도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약 4.2%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에 불만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정부의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지시와 함께 신용카드 금리를 1년간 10%로 제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파월 의장은 전날 연준 본부 리노베이션과 관련한 의회 증언을 문제 삼아 연준이 법무부로부터 소환장을 받았고, 자신에 대한 기소 위협이 있었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는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보복 성격이라며, 오는 5월 의장 임기 종료까지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의 공개적인 반발을 ‘연준 독립성 수호’ 신호로 받아들이며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다만 국채 금리는 소폭 상승했고, 달러화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DWS 아메리카스의 고정수익 부문 책임자인 조지 카트람본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시장에 본격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인상적”이라며 “채권 자경단이 움직이지 않았고 금리도 급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트람본은 “행정부는 장기물 금리 상승을 원하지 않지만, 연준 독립성에 대한 의문을 키우는 것은 그 자체로 장기금리를 끌어올린다”며 “시장에는 여전히 트럼프가 ‘빨간 버튼’을 누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이 법무부 소환에 대응해 공개적으로 연준 독립성 수호 의지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준 동영상 캡처)
◇JP모건 “연준 수사 여파로 미 증시 단기 경계”

연준 독립성 논란은 주식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JP모건증권 트레이딩 데스크는 연준 수사 이슈 이후 미국 주식시장에 대해 단기적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JP모건의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총괄 앤드루 타일러는 “거시경제와 기업 펀더멘털은 여전히 양호하지만, 연준 독립성 리스크가 시장의 상단을 제한하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 증시는 단기적으로 상대적 부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 전직 연준 의장을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이 연방 법무부가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의 형사기소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중앙은행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연준의 독립성과 그 독립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의회가 연준의 목표로 설정한 안정된 물가, 최대 고용, 적정한 장기 금리의 달성을 포함한 경제 성과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수사를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공격으로 규정하고서 “이건 제도가 취약한 신흥시장에서나 통화정책을 입안하는 방식이며 인플레이션과 더 넓게는 경제 기능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수반한다”면서 “법치주의가 우리 경제 성공의 토대이자 가장 강력한 힘인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성명에는 벤 버냉키, 앨런 그린스펀,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과 재러드 번스틴, 제이슨 퍼먼, 글렌 허버드, 그레고리 맨큐, 크리스티나 로머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티머시 가이트너, 제이컵 루, 헨리 폴슨, 로버트 루빈 전 재무부 장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국제경제학 교수 등 13명이 이름을 올렸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 겸 전 재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사안”이라며 “시장이 이렇게까지 무관심한 것이 오히려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는 파월을 기준으로 보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제로”라며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옐런 전 의장은 특히 정치권이 국가부채 부담을 이유로 통화정책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연준의 정책금리를 국가부채 관리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정치 권력이 통화정책까지 좌우해 단기적 재정 부담을 줄이려 한다면, 이는 제도와 법치가 약화한 ‘바나나 공화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사진=AFP)
◇美공화당 내부서 제동…“파월 수사 끝날 때까지 연준 인선 봉쇄”

공화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인 제동이 걸렸다. 상원 은행위원회 중진인 공화당의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안으로 연준의 독립성뿐 아니라 법무부의 독립성과 신뢰성 자체가 의문에 놓였다”며 “형사 수사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연준 의장을 포함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연준 인사에 대해 인준을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틸리스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 자문진이 연준의 독립성을 끝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면 이제는 더 이상 없다”며 “이제 문제는 연준이 아니라 법무부의 신뢰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 인사들을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사실상 ‘계류’시키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번 사태는 오는 5월 임기가 종료되는 파월 의장의 후임 인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상원 은행위원회는 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으로 구성돼 있어 공화당 의원 1명만 이탈할 경우 표결이 동수가 되며, 인준안이 위원회 단계에서 계류될 가능성이 있다.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에서 연준 의장 인준 표결은 상당히 정치적이고 논쟁적인 과정이 될 수 있다”며 “이 점은 시장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변수”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당장 연준의 다음 몇 차례 금리 결정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도 올해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 전망은 유지되고 있다. PIMCO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다니엘 이바신은 “시장은 제도와 법, 정치 시스템이 연준을 압박으로부터 보호할 만큼 충분히 견고하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시장은 확실성과 예측 가능성, 특히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중시한다”며 “연준 독립성을 위협하는 행보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고, 단순히 말해 금리를 더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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