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오픈AI, 헬스케어 시장 공략 본격화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13일, 오전 11:43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인공지능(AI) 빅테크 기업들이 헬스케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제약사와 손잡고 업계 최초 AI 공동혁신 연구소를 설립하고, 오픈AI는 의료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전방위적 공략에 나섰다.

사진=일라이릴리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날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공동으로 향후 5년간 최대 10억 달러(약 1조4700억원)를 투자해 AI 공동혁신 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 남부 베이 지역에 들어설 이 연구소에는 양사의 생물학·의학 전문가와 AI 연구자, 엔지니어들이 나란히 배치돼 협업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엔비디아의 생명과학 AI 플랫폼 ‘바이오 네모’를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이달 초 공개된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 아키텍처 기반으로 가동될 계획이다. 10억 달러는 인재 확보와 인프라, 컴퓨팅 자원 구축에 투입된다.

◇AI 지원 24시간 실험 체제…제조라인 디지털 트윈 구축

이번 연구소의 핵심은 24시간 내내 AI가 지원하는 연속 학습 시스템이다. 릴리의 실험실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긴밀히 연결해 실험과 데이터 생성, AI 모델 개발이 지속적으로 상호 개선되도록 설계됐다.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프레임워크를 통해 생물학자와 화학자를 지원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가 모든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가장 깊은 영향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과학자들이 실제 분자를 만들기 전에 컴퓨터상에서 방대한 생물학·화학적 영역을 탐구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릭스 릴리 CEO는 “우리의 방대한 데이터와 과학 지식을 엔비디아의 컴퓨팅 파워 및 모델 구축 전문성과 결합하면 신약 개발을 재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타트업 환경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를 모아 어느 한 기업도 단독으로 달성할 수 없는 혁신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AI를 신약 개발을 넘어 임상 개발, 제조, 상업 운영 전반에 적용할 계획이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라이브러리와 서버를 활용해 제조 라인의 디지털 트윈을 구축, 실제 변경 전에 가상으로 공급망 전체를 모델링하고 최적화한다. 물리적 AI와 로봇공학을 활용해 고수요 의약품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신뢰성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번 협력은 양사의 기존 파트너십을 확대한 것이다. 릴리는 지난해 10월 엔비디아의 AI 시스템을 활용해 제약업계 최강 성능의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릴리의 인디애나폴리스 본사에 설치되는 이 ‘AI 팩토리’는 올해 1분기 완전 가동에 들어가며, 대규모 생물의학 파운데이션 모델을 훈련해 신약 후보 물질을 식별·최적화·검증한다. 제조, 의료 영상, 과학 AI 에이전트 등 첨단 응용 분야도 지원한다.

엔비디아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다각도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바이오텍 기업 리커전에 투자했고, 릴리의 경쟁사인 노보 노디스크, 메이요 클리닉, 일루미나, IQVIA 등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서모 피셔 사이언티픽과 협력해 실험 장비를 AI 컴퓨터에 연결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킴벌리 파월 엔비디아 헬스케어 부사장은 “현재 연구실 속도의 주요 제약은 인간”이라며 “AI가 이러한 작업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JP모건이 제44회 연례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연 가운데, 한 참석자가 등록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로이터)
◇오픈AI, 의료앱 인수…앤스로픽도 건강기능 추가

최근 ‘챗GPT 헬스’ 기능을 선보인 오픈AI도 의료 분야 진출을 본격화했다. 오픈AI는 의료용 AI 애플리케이션(앱) 스타트업 ‘토치(Torch)’를 약 1억 달러(약 1470억원) 상당의 지분으로 인수하기로 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토치는 의료 시스템이나 애플 헬스 앱 등에 흩어진 개인 건강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카이저 퍼머넌트 의료 기록, 프리비언 의료 영상, 애플 헬스 활동 정보 등 여러 출처의 데이터를 결합해 개인 맞춤형 의료 조언을 제공한다.

오픈AI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토치를 챗GPT 헬스와 결합함으로써 건강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밝혔다. 토치는 설립 1년밖에 되지 않은 스타트업으로, 제품 일부가 오픈AI의 AI 모델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처럼 AI 기업들 간 헬스케어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오픈AI의 경쟁사인 앤스로픽도 최근 AI 챗봇 ‘클로드’에 건강관리 기능을 추가했다.

반면 구글은 최근 검색창 상단의 ‘AI 개요’ 기능을 일부 건강 관련 질의에서 제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가디언은 AI 개요가 간 질환 등에 대해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은 데 따른 조치로 추정했다.

한편 엔비디아와의 협업 소식이 전해진 이날, 릴리 주가는 1.6% 상승했다. 릴리 주가는 지난 1년간 34% 올라 S&P500 지수 상승률(19%)을 크게 웃돌았다. 릴리는 지난해 11월 헬스케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인 엔비디아는 올해 처음으로 시총 5조 달러를 돌파했다. 다만 의료 분야를 포함한 엔비디아의 광범위한 투자와 제휴가 AI 버블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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