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롯데' 오너 3세 바이오사업에 전진 배치한 까닭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16일, 오전 09:24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롯데와 SK 등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오너 3세를 바이오사업에 전진 배치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오너 3세 신유열 부사장을 각자 대표 자리에 앉혔다. SK그룹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본부장을 SK바이오팜(326030)에서 미래 성장을 책임지는 전략본부장에 선임했다.

바이오산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경기에 덜 민감한데다 고부가가치로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연착륙하기에 최적의 선택지라는 판단이 반영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전진 배치는 단순한 승계 사전 작업이 아닌 그룹 핵심 신사업을 오너 3세가 직접 책임지는 실전 배치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왼쪽),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 (이미지=각 사)




◇ 후발주자 롯데 대규모 투자로 빠른 승부 가능한 CDMO 집중



롯데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오너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에게 그룹의 전략과 바이오 신사업을 동시에 맡긴 것이다.

신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로도 선임되면서 사업 기획과 실행을 동시에 책임지는 구조가 됐다. 신 대표는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한 이후 2022년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 상무, 이듬해엔 전무로 승진했다. 신 대표는 2024년 롯데지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4년 말에 선임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출신 박제임스 대표가 글로벌 수주 영업과 공장 운영, 기술 안정화 등 실무를 총괄한다. 신 대표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을 겸직하며 그룹 차원의 자금 조달과 중장기 투자 전략, 바이오 신사업에 집중하는 투톱 구조로 운영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을 위탁개발생산(CDMO)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출범 이후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한 뒤 인천 송도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누적 투자 규모는 약 4조6000억원에 달한다. 과거 롯데제약으로 한 차례 쓴맛을 경험했던 롯데그룹이 신 대표에게 바이오사업의 중책을 맡긴 이유는 본업인 유통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롯데지만 쿠팡, 네이버 등 신흥 강자들이 급성장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롯데그룹 전체 매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유통과 화학 계열사들이 각각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침체,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바이오산업은 묘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롯데그룹이 뛰어든 바이오의약품 CDMO는 성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빠르게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후발주자인 롯데그룹으로서 CDMO는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최상위권 설비와 효율적 생산체제를 구축하며 빠르게 사업경쟁력을 확보한 점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CDMO 사업은 영업이익률이 20~30%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은 점도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률은 39.8%에 달했다.

글로벌 CDMO시장은 성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2019년 119억달러(약 13조9900원) 수준인 글로벌 CDMO 시장은 2025년 253억달러(약 29조7500억원) 수준으로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 규모가 6년 만에 두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CDMO시장에 빠른 안착을 위해 글로벌 빅파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으로부터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던 인력 90% 이상을 승계했다. 시러큐스 공장은 3만5000ℓ 규모의 항체의약품 원료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생산량 자체는 크지 않다. 하지만 롯데는 2200억원에 이 공장을 인수하면서 바이오의약품 생산 노하우와 전문인력을 단번에 확보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국내에 대규모 CMDO 공장을 짓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인천 송도에 3개의 바이오 플랜트를 건설해 총 36만ℓ 항체 의약품 생산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1개의 플랜트당 12만ℓ 규모의 항체 의약품 생산이 가능하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임상 물질 생산을 위한 소규모 배양기 및 완제 의약품 시설도 추가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4년 전체 완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 차원의 지원 사격도 이어지고 있다. 호텔롯데가 214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이번 유상증자 참여로 호텔롯데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지분 19.07%를 확보하게 됐다. 롯데지주와 일본 롯데홀딩스에 이은 3대 주주 자리에 오른다.

호텔업이 경기와 관광 수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산업인데도 바이오산업에 수천억원을 투입한 것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 이상의 의미로 해석된다. 석유화학과 유통 계열사가 부진을 겪으며 재무부담이 커진 롯데지주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를 맡은 신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선택으로 바이오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들이 1조원 넘는 자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올해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얼마만큼의 실적을 낼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해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3건의 해외 수주에 성공한 만큼 올해도 수주 행진을 통한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월에는 아시아 소재 바이오기업과 임상 단계 항체약물접합체(ADC) 제조 수주에 성공하며 첫 ADC 수주를 따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6월 영국 오티모파마와 항암 신약 원료의약품 위탁생산 계약, 지난해 9월 미국 바이오 기업과 임상 3상 후보물질 위탁생산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건설에 사용된다. 송도 1공장은 올해 8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완공되면 기존 미국 시러큐스 공장과 함께 듀얼 공장(사이트) 시스템 체제를 갖추게 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신 대표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대표로 선임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룹 내 바이오산업의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라며 "롯데그룹이 바이오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만큼 전폭적인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해외 수주 성과가 있었던 만큼 올해 얼마만큼의 수주에 성공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 30여년전부터 바이오 투자해온 SK...혁신신약에 주력



SK그룹도 지난 1일자로 올해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오너 3세 최윤정 본부장을 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최 본부장은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에 선임 매니저(대리급)로 입사해 2019년 휴직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최 본부장은 2021년 7월 복직했다. 최 본부장은 2023년 1월부터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장으로 승진한 후 같은 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사업개발본부장을 맡았다. 최 본부장은 SK그룹 내 최연소 임원 타이틀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최 본부장은 대학 때부터 바이오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왔다. 최 본부장은 중국 베이징국제고를 졸업한 뒤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최 본부장은 미국 시카고대 뇌과학 연구소에서 2년 동안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SK그룹은 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SK그룹의 대표 계열사 모두 대한석유공사와 △한국이동통신 △신세기통신 △하이닉스반도체 등을 인수·합병해 만들었다.

반면 SK바이오팜은 태생부터 다르다. SK바이오팜은 그룹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육성해왔다. 1990년대 고(故) 최종현 회장 시절 SK의 강점인 정밀화학 사업을 발전시켜 차세대 먹거리로 제약·바이오 사업을 키우고자 했다.

고 최 회장은 1993년 대전 대덕연구원에 제약팀을 꾸린 뒤 제약이라는 뜻의 파마슈티컬(Pharmaceutical)의 앞글자를 딴 P프로젝트를 시작했다. SK그룹은 30여년 전부터 제약·바이오사업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셈이다.

이후 최태원 회장이 선친으로부터 P프로젝트를 물려받은 뒤 지주사 직속에 신약 연구개발(R&D) 조직을 만들며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2011년 SK바이오팜이 탄생했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국내 최초로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와 수면장애치료제 솔리암페톨 등 신약 2종의 허가라는 성과를 올렸다. FDA의 신약 승인 확률이 6~8%에 불과한 점을 고려했을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SK바이오팜의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최 본부장이 전략을 맡게 되면서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전략본부는 △전사 중장기 전략 수립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글로벌 성장 전략 추진 △신사업 검토 등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 기능을 통합해 미래 전략 실행의 정합성과 추진 속도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최 본부장은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성공 신화를 이어갈 다음 행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력 후보로 방사성의약품(RPT)이 꼽힌다. 이를 위해 SK바이오팜은 RPT 본부도 신설했다.

SK바이오팜은 2024년과 지난해 RPT 후보물질(FL-091, WT-7695) 도입에 1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SK바이오팜은 2029년 단일 품목 매출 1조원대가 기대되는 세노바메이트의 특허 만료를 2032년 앞두고 있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RPT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의 바이오사업은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R&D 핵심 기업 중 하나가 바로 SK바이오팜"이라며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를 앞세워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그룹 내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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