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사진=AFP)
합의의 핵심은 관세 조정이다. 캐나다는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던 100% 관세를 약 6% 수준으로 대폭 인하하고, 약 4만9000대의 중국 전기차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중국은 캐나다산 유채씨(카놀라)에 대한 관세를 기존 85%에서 오는 3월 1일까지 약 15%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중국은 또 캐나다산 카놀라박과 랍스터 등 일부 농산물에 부과했던 ‘차별적 관세’를 최소 2026년 말까지 중단하고, 캐나다 국민에 대한 무비자 입국도 허용하기로 했다.
카니 총리는 이번 합의가 “새로운 세계 질서 속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조치”라며, 중국과의 협력이 캐나다 경제 다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의 관계가 여전히 가장 깊고 광범위하지만, 최근에는 중국과의 관계가 오히려 “더 예측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결정은 캐나다가 미국과 보조를 맞춰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했던 기존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캐나다산 대부분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 수 있다는 발언까지 하며 양국 관계를 악화시켰다. 미·캐나다 무역 협상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카니 총리는 이번 합의가 향후 3년간 중국 기업들의 합작 투자 확대를 유도해 캐나다 내 전기차 제조와 공급망 구축,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자동차 제조 일자리를 보호하고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미 행정부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장벽 강화를 압박해 왔으며, 올해 중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 대한 재검토도 예정돼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캐나다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과의 향후 협상에서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번 합의의 단기 효과는 농업과 해산물 등 일부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보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자동차·에너지·청정기술 분야에서 중국 자본 유입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안보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니 총리는 공동성명에서 캐나다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중국을 “복잡하고 어려운 파트너”로 규정하고 국방·안보·인공지능(AI) 등 민감한 분야에는 엄격한 보호 장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합의에 대해 “트럼프식 통상 전략과의 사실상 결별을 상징하는 조치”라며 “캐나다 외교·통상 정책의 축이 미국 일변도에서 다극화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캐나다 내부에서는 즉각적인 반발이 나왔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온타리오주의 더그 포드는 성명을 통해 “중국이 캐나다 시장에 발판을 확보하게 됐고, 이는 캐나다 노동자들의 희생 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연방정부가 값싼 중국산 전기차의 유입을 사실상 초대하면서도, 캐나다 자동차 산업과 공급망에 대한 즉각적이고 확실한 투자 보장은 없다”고 주장했다.
포드 주총리는 특히 “중국 전기차 관세 인하는 캐나다 자동차 업체들이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타리오주는 이미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자동차 공장들이 타격을 입은 지역이다.
반면 농업 비중이 큰 서부 지역에서는 환영 분위기가 감지된다. 스콧 모 사스캐처원 주총리를 비롯한 일부 주 정부는 중국의 보복 관세 철회를 조건으로 전기차 관세 완화를 요구해 왔으며, 모 총리는 이번 방중 일정에 카니 총리와 동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