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도 그린란드 지지국도 십자포화…트럼프, 민감 사안마다 관세 폭탄 휘둘러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18일, 오후 06:02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김상윤 뉴욕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외교와 안보 영역의 압박 수단으로 전방위 확대하고 있다. 단순 무역 정책을 넘어 이란 사태, 그린란드 매입,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등 민감한 사안마다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며 ‘관세 무기화’를 심화시키는 모습이다. 외교·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관세를 외교와 안보의 만능 지렛대로 삼는 트럼프식 압박 정치의 정점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란 교역국·그린란드 지지국 겨냥…나토 동맹도 예외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명령은 최종적이며 확정적”이라며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반정부 시위가 확산 중인 이란의 주요 교역 상대국은 인도, 튀르키예, 중국 등이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란 시위로 수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시위대를 지지하며 이란 정부에 강경 진압 중단을 경고해 왔다.

14일에는 엔비디아 등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중국 수출을 허용하되 수출 대금의 25%를 미 정부가 징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는 칩 판매액의 25%를 벌게 될 것”이라며 “아주 훌륭한 거래”라고 말했다. 이 조치는 엔비디아 H200과 AMD 칩 MI325X에 적용되며, 중국 수출량은 미국 판매량의 50% 이하로 제한된다.

파격적인 행보는 주말에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매입을 지지하지 않는 유럽 8개국에 대해 다음 달 1일부터 10% 관세를 부과하고, 오는 6월부터는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상국은 프랑스와 독일,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핵심 동맹국들이다.

그는 “그린란드의 완전하고 전면적인 구매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관세는 유지될 것”이라며 사실상 기한 없는 압박을 예고했다. 이어 “우리는 수년간 덴마크와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며 “이제 덴마크가 돌려줄 때가 됐다. 세계 평화가 걸려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동맹에 대한 관세는 동맹 자체를 약화시키는 자충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게시한 이미지. 관세왕(The Tariff King)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사진=트럼프 트루스소셜)
◇“관세왕” 자처…관세 정책 지지율은 ‘최하위’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트루스소셜에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주먹 쥔 양손을 올린 채 정면을 응시하는 흑백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 상단에는 ‘관세 왕’(The Tariff King)이라는 문구가 굵은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이어 같은 사진에 ‘미스터 관세’(Mister Tariff)라는 문구를 넣은 게시물도 올렸다.

그는 관세 정책 덕분에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날 백악관 원탁회의에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미국 처방 약 가격 인하를 두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압박 덕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중 가장 인기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여론조사에서 관세 정책은 트럼프 정책 목록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민 정책보다도 낮은 지지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법적 변수도 만만치 않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관세 권한의 적법성을 둘러싼 미국 연방대법원 판단이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위법 판단이 내려지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25% 관세를 부과하면 지난해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맺은 ‘무역 휴전 합의’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엔비디아 칩 수입에 대해서도 세관 당국에 H200 칩의 반입을 허용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