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게 써줘" AI에 감정노동 외주 주는 직장인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22일, 오후 03:51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친절한 말투로 이메일 써줘”, “정중하게 거절하는 메시지 부탁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이게 해줘”

챗GPT. (사진=AFP)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시간) 직장인들이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챗봇을 활용해 사교적으로 보이면서도 사회적 평판을 해치지 않을 수 있도록 말투를 다듬고 있다고 보도했다. 분노에 찬 메시지의 어감을 부드럽게 바꾸고, 까다로운 대화를 원활하게 진행하며, 자신의 말이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다.

미국 커뮤니케이션 업체 제로바운스가 1000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관리자의 41%가 직원들의 성과 평가에 AI를 활용했다. 직원 가운데 26%는 자신이 받은 성과 평가를 AI가 작성했다고 생각했으며, 해고된 사람의 16%는 해고 통지 이메일을 AI가 썼다고 생각했다. 직원 가운데 24%는 업무용 이메일 작성에 매일 AI를 사용했다.

AI 기업 워드스미스의 법률 담당 이사 로라 제퍼즈 그린버그는 “정중한 욕설 이메일을 다듬기 위해 AI를 사용한다”며 “AI 챗봇에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쏟아낸 뒤 정중하고 경력을 망치지 않을 정도의 표현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경영 컨설팅회사 올리버와이먼 최고경영자(CEO) 닉 스튜더는 외국 문화권의 사람들과 소통할 때 AI를 활용한다. 영국인인 그는 “사람들이 나의 말 속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행간을 읽어야 할 때가 있다”며 “미국과 독일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 소통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AI에게 경영진에 보낼 메일이 좀더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수정해달라고도 요구한다.

다양한 성격으로 말투를 바꿔주는 AI도 등장했다. 인공지능 기업 아콜로지는 사용자가 텍스트를 입력하고 ‘덜 냉소적’, ‘더 사교적’과 같은 어조를 선택하면 글을 수정해주는 AI 챗봇 ‘포멀라이저’를 선보였다. 매달 200만명이 포멀라이저를 이용하는데, 평일 트래픽이 주말 트래픽보다 많다. 이용자들이 직장에서 말투를 바꾸는 데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는 “사람들은 AI에 다른 지루한 작업과 마찬가지로 감정 노동을 아웃소싱하고 있다”며 “5분만 더 투자하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감정 노동에 그 5분을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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