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줄자 ‘돈 빼기’ 시작됐다…사모대출펀드 환매 급증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22일, 오후 03:56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고수익을 기대하고 사모대출 펀드에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빼기 시작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배당이 줄어든 데다가 위험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환매가 급증하는 모양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인용해 지난해 말 주요 사모대출 펀드 중 몇 곳이 약 5%의 투자자들로부터 환매 요청을 받았으며, 이는 평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 중 하나인 블루아울이 운용하는 펀드는 아시아 고객을 중심으로 전체 펀드 금액 기준 15%에 달하는 환매 요청을 받았다고 WSJ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미지=챗GPT)
사모대출은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로 자금 조달을 하기 어려운 기업이 비은행 금융사를 통해 직접 대출하는 일종의 사채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은행이 고위험 대출 제한을 강화하면서 사모 대출 시장이 성장했다. 사모대출 펀드는 일반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하고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도 있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에 인기를 끌었다.

최근 사모대출 펀드 환매 급증은 펀드 배당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WSJ 분석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최대 규모 사모대출 펀드 5곳의 총수익률은 2025년 첫 9개월 동안 평균 약 6.22%로 떨어졌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의 8.76%, 2023년의 11.39%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사모대출 펀드 중 개인 투자자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판매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는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중견 기업에 고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그 이자 수익으로 배당을 지급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 수익률이 하락하면 배당을 삭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준은 작년 한 해 총 세 번의 금리 인하를 단행해, 금리를 0.75%포인트 낮췄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애널리스트 로버트 도드는 “이들 투자자들은 배당이 줄어들면 크게 놀라 반응한다”며 “앞으로 배당 축소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추가적인 환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품 적합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상황도 최근 환매 급증의 요인으로 꼽힌다. 고액자산가조차 자신이 구매한 투자상품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자금 유출은 3년 전 고객 자금 대탈출을 겪었던 블랙스톤의 사모 부동산 펀드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랙스톤의 사모 부동산 펀드 BREIT는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둔화 속에서 대규모 환매 요청이 몰리자, 펀드 규정에 따라 환매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투자자 불안이 고조됐다. 상품 판매 시 블랙스톤의 정보 제공과 리스크 설명 방식에 문제가 제기됐다.

HBKS 웰스 어드바이저스의 투자 리서치 책임자 이선 버커바일은 “우리는 사모 상품의 ‘민주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고 교육하지 못하는 저숙련도의 자문사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사모 상품이 주식과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하고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도 있기 때문에 모든 투자자가 일정 부분은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높은 수수료와 제한적인 환매 구조(분기별 환매를 발행 주식의 5%로 제한 등) 때문에 개인 투자자에게는 부적합하다고 지적한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이 같은 자금 이탈이 ‘과도한 공포 조장’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사모대출로 자금을 조달한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퍼스트 브랜즈와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 업체 트라이컬러 등 파산한 것과 관련해 전통 금융권이 지나치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10월 “바퀴벌레 한 마리를 보면 아마 더 있는 법이다. 트라이컬러와 퍼스트 브랜드 파산에 대해서는 모두가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사모대출 시장의 위험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사 쿡 연준 이사도 작년 11월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사모 대출에 대해 “우리가 면밀히 주시해야 할 잠재적 취약점”이라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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