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실패한 정책…트럼프 관세는 지속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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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1월 23일, 오전 05:00

무역과 관세는 피로 점철된 역사다. 지금에서의 자유무역은 일상적이지만 근현대를 통틀어 무역과 관세는 보호관세와 약탈, 그리고 식민화였다. 보호무역주의는 국가 간 갈등의 요인을 넘어 세계 대전의 단초를 제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전 세계가 이어온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의 근간을 파괴하며 다시금 100년 전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이데일리는 국제통상 전문가인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산업부 통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로부터 100년 전으로 회귀하려는 트럼프의 보호무역과 관세 전략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중국산 제품에 145% 관세,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해방의 날’에 기본관세 선포, 펜타닐과 불법 이민을 명분으로 한 캐나다·멕시코 관세 부과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기 1년간 우리가 목격한 트럼프식 관세 정책 일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보면서 기시감을 느낀다. 과거 1920~1930년대 유럽의 보호무역주의와 놀라운 정도로 닮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100년 전 비극의 역사로 돌아간 셈이다.

우리는 역사의 ‘사이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870년부터 1914년까지 이어진 ‘1차 세계화’ 시기,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국제 분업이 급속히 진전됐다. 증기선과 전신이 대륙을 연결하고 금본위제 아래 자본이 국경을 넘나들던 황금기였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과 50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1918~1920년)을 거치며 세계화는 급격히 후퇴했다.

각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선포하고 관세를 높이 쌓았으며 환율까지 인위적으로 내리면서 치열한 무역 전쟁에 돌입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1929년 대공황이 터졌고 미국은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보호무역을 더욱 강화했다. 이 법은 당시 리드 스무트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 하원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2만여 개 수입품에 평균 40~50%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이 악순환은 결국 인종 학살과 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 최악의 비극으로 귀결됐다.

지금 우리는 ‘2차 탈세계화’에 진입했다. 지난 2017년 트럼프 1기부터 시작한 이 흐름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 더욱 가속됐다. 현시대의 본질은 ‘규범(Rule) 기반에서 힘(Power) 기반으로의 전환’이다. 과거 2차 세계대전 후 전승국은 ‘보호무역으로 가면 모두 다친다’는 교훈을 얻어 1945년 유엔(UN)과 국제통화기금(IMF), 1947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등 다자 규범 체제를 만들었다. 지금은 트럼프 때문에 그 규범이 무너지고 힘과 상업적 계산에 의한 외교가 지배하고 있다.

경제적 내셔널리즘(국가가 자국의 경제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 무역·산업·기술 등에서 자국 기업과 자원을 보호·육성하려는 정책적 흐름)의 두 축은 ‘반이민 정책’과 ‘보호무역주의’다. 반이민 정책이 극단으로 가면 나치의 유대인 학살 같은 비극이 나타난다. 지금 유럽에서도 극우 정당이 1위로 약진하고 있어 굉장히 위험한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인류가 과거의 비극을 크게 학습했기에 전면적 충돌로 가지는 않으리라 본다. 다만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유권자의 표심이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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