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정체성 위기·이민 문제 초래”…유발 하라리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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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1월 25일, 오후 07:11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저자인 역사가 유발 하라리가 인공지능(AI) 기술이 인간의 정체성 위기와 함께 ‘이민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각국이 AI를 법적 인격체로 인정할지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역사가 유발 하라리(사진=AFP)
24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 포브스 등에 따르면 하라리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진행된 AI와 인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에이전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AI는 스스로 학습하고 변화하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주체”라면서 AI를 칼에 비유했다. 그는 “칼로 샐러드를 자를 수도 있고 누군가를 살해할 수도 있지만 칼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사람의 결정”이라면서 “AI는 음식을 자를지 살인을 저지를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칼”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기술은 인간이 결정하고 도구로 실행하는데, AI는 이런 관계를 무너뜨리고 책임, 규제, 신뢰 등 모든 기존 규칙들을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 하라리의 주장이었다. 그는 AI가 능동적이고 창의적이며 거짓말을 하고 진실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인간은 지금까지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기준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정의해 왔지만 AI가 머지않아 이 영역에서 인간을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간이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AI는 이미 수많은 인간보다 훨씬 더 잘 생각합니다”면서 “AI는 ‘AI는 생각한다, 고로 AI다’ 같은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AI를 새로운 형태의 이민으로 바라봤다. 그는 “이번 이민자(AI)는 비자도 없이 허술한 배를 타고 오거나 한밤중에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이 아니”라면서 “이들은 혜택도, 문제도 함께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지역 문화를 바꾸며 정치적으로 충성하지 않을 수 있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런 우려들이 ‘AI 이민자’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라리는 각국이 몸도 마음도 없는 AI를 마치 기업과 같은 ‘법적 인격’으로 인정하고 권리를 부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머지않아 AI는 인간의 경영진, 주주, 수탁자 없이도 은행 계좌 관리, 소송 제기, 심지어 기업 운영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AI가 그들만의 종교를 만들고 전파하거나, 소셜미디어(SNS)에서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상황까지 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후 AI가 금융시장, 법정, 종교에서 인격처럼 기능해야 하는지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너무 늦을 것”이라면서 “인류가 어디로 가게 될지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면 지금 각국은 AI를 법적 인격으로 볼지 말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라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산하 실존적 위험 연구센터의 석좌 연구원이자 이스라엘 히브리대 예루살렘 캠퍼스의 역사학 교수다. 그는 ‘사피엔스’ 외에도 2015년에 ‘호모 데우스: 유인원의 미래’를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AI가 인류에게 제기하는 실존적 위협에 대해 언급했다.

AI를 이민자에 비유하는 이들은 적지 않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CES에서 로봇을 AI 이민자에 비유하며 “이들이 제조업 등 인간이 더 이상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을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 역시 다보스 포럼에서 인공지능이 고용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매우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대규모 이민이 왜 필요한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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