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엔화가치는 달러당 160엔이라는 심리적 경계선 부근까지 약세를 보이다가,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레이트 체크’(rate checks·환율 점검)를 실시한 뒤 급작스럽게 급등했다. 월가가 레이트 체크를 미 재무부가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지지하는 신호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2024년 6월 말부터 7월 초 사이 달러·엔 환율이 160엔을 넘어선 뒤 일본 정부가 엔화를 직접 매입했을 때에도 사전에 레이트 체크가 진행됐다. 이에 일부 트레이더들은 엔화 약세를 멈추기 위한 미국과 일본의 공동 개입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뉴욕 연은은 환율과 관련해 전통적으로 미 재무부 지침을 따른다”며 미 재무부와 뉴욕 연은은 논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번 환율 점검은 미 재무부 요청에 따라 진행됐다. 재무부가 이번 조치에 앞서 일본 당국과 접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20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일본 국채 금리 폭등이 미 국채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일본 측 카운터파트와 연락을 취해왔다. 그들이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발언을 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상한 움직임은 이뿐이 아니다. 일본은행(BOJ)이 전날 금리를 동결한 뒤 우에다 가즈오 총재 기자회견 전까지 달러·엔 환율은 158.6엔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기자회견 도중 달러·엔 환율이 159.1엔대까지 뛰었고, 기자회견 직후엔 157엔대로 다시 다시 내려앉았다. 일본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미일 재무당국은 지난해 9월 공동성명에서 “경쟁적 환율 유도는 자제하되 과도한 변동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에는 개입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미국이 일본의 개입을 사실상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경계감은 대폭 높아진 상태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 당국과 일본 당국 모두 현재 엔화 가치에 만족하지 않는 것 같다”며 “(시장 관계자) 모두가 엔화가치에 변화를 줄 만한 사소한 일에도 매우 예민한 상태”라고 짚었다.
최근 몇 주 동안 일본 국채와 엔화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BOJ의 완만한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우려로 매도세를 겪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생활비 상승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대규모 지출 패키지를 편성하고, 식료품에 부과되는 8% 소비세를 2년간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추가 국채 발행과 과도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엔화 약세를 촉발했다. 엔화 약세는 수입 비용과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려 가계 구매력을 훼손해 일본 정책입안자들에겐 골칫거리였다.
일본 외환당국은 엔화 약세와 관련해 경고 수위를 높이며 개입 가능성을 반복 시사해 왔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지난 23일 기자들에게 투기세력을 겨냥해 “우리는 항상 긴박감을 가지고 환율을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이날 여야 당대표 TV 토론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개별적인 시장 움직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정부는 투기적이거나 매우 비정상적인 시장 움직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