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때문에 집을 팔았다"…스웨덴·노르웨이 상속세 폐지 실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28일, 오전 12:3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복지국가의 대명사 스웨덴과 노르웨이가 상속세를 폐지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진다는 두 나라가 ‘무덤 세금’을 없앤 이유는 이념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세금을 내려고 평생 살던 집을 팔아야 하는 중산층, 상속세를 피해 떠나는 기업가. 이런 사례가 쌓이면서 “상속세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근본 질문이 제기됐다.

2026년 1월 1일(현지시간) 스웨덴 남부 한 해수욕장에서 전통적인 새해 바다 수영 행사에 참가한 겨울 수영객들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사진=AFP)
◇“한계세율 102%” 풍자

스웨덴에서는 상속세와 자본이득세를 합치면 상속재산에 맞먹거나 이를 넘는 세금을 부담해야 했던 사례들이 논란이 됐다. 이같은 상속세 논쟁은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한 신문에 풍자우화 ‘폼페리포사’를 기고했다. 그는 소득세와 사회보장세를 합치면 한계세율이 102%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벌어들인 소득보다 세금이 더 많다는 역설이었다.

이 풍자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44년간 집권하던 사회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1980년대까지 스웨덴 상속세 최고세율은 70%에 달했다.

기업가들도 떠났다. ‘이케아’(IKEA) 창업자 캄프라드와 ‘테트라팩’(Tetra Pak) 라우싱 가문이 상속세를 피해 스위스로 이주했다. 자본·기업인의 이탈 우려가 커지면서, 보수·사민 양 진영 모두 상속세 폐지에 동의했다.

◇2004년, 초당적 상속세 폐지

스웨덴 의회는 2004년 여야를 막론한 합의로 상속세 폐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속 시점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자산을 매각할 때 자본이득세(30%)를 내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스웨덴은 소득세 회피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소규모 기업 오너가 근로소득 대신 배당소득으로 돈을 빼가는 것을 막는 제도다. 일정 수준 초과 배당은 자본소득(30%)이 아닌 근로소득(최고 50% 이상)으로 간주해 과세한다.

폐지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해외로 나갔던 자본이 돌아오기 시작했고, 2014년 캄프라드가 스웨덴으로 귀국한 것이 상징적이다. 기업 승계가 한층 원활해졌다는 평가가 재계에서 우세하게 나타났다.

스웨덴 상속세 폐지 전후 비교
◇집값 급등이 부른 상속세 폐지

노르웨이는 2014년 상속세를 폐지했다. 핵심 동력은 주택 문제였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산층 자녀들도 부모 집을 물려받을 때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 했다.

노르웨이는 ‘연속성 원칙’을 도입했다. 상속받은 자산의 취득가액을 피상속인의 취득가액으로 승계해, 나중에 매각할 때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다만 노르웨이는 상속세를 폐지했지만 부유세는 유지했다. 최근 정부가 부유세율을 1.1%로 인상하자 억만장자들이 스위스로 이주하는 ‘자본 엑소더스’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언론을 통해 나왔다. 상속세 하나만 없앤다고 자본 유출이 멈추지 않는다는 교훈이다. 자본가는 총 조세 부담을 고려한다.

◇“투자 증가” vs “불평등 심화”

폐지 이후 평가는 엇갈린다. 긍정적 평가는 투자와 고용 개선에 집중된다. 영국 경제문제연구소는 스웨덴이 “더 영리한 세제를 도입해 경제 성장과 세수 모두를 늘렸다”고 평가한다.

반면 불평등 심화 우려는 여전하다. 스웨덴의 부 지니계수가 1980년대 이후 뚜렷하게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OECD는 상속세 폐지가 장기적인 부의 집중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일반적 우려를 제기하며, 노르웨이와 같은 국가에는 자본이득세·재산세를 통한 보완을 권고하고 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경험은 상속세 논쟁이 ‘부자 감세냐 아니냐’를 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집과 회사를 지키는 구체적 삶의 이야기가 폐지 논쟁의 중심에 섰다. 동시에 두 나라는 자본이득세, 부유세 등 다른 세목으로 부의 집중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한 거리에서 폭설과 빙판길, 열악한 운전 여건으로 대중교통에 큰 지연이 발생한 가운데 트램들이 운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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