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이룬시에서 이민자들이 거리를 걷고 있는 모습. (사진=AFP)
지난해 12월 이전에 스페인에 입국해 최소 5개월 이상 거주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1년짜리 임시 거주 허가증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 기간은 오는 4월부터 6월까지다. 허가증은 갱신이 가능하며 보유시 스페인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다.
중도 좌파 성향의 페드로 산체스 정부는 농업·관광·서비스업 등 핵심 산업에서 이주노동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한 “국가적 필수 조치”라고 강조했다. 엘마 사이스 델가도 이민부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는 사회 통합, 복지, 그리고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스페인에 거주하는 미등록 이민자는 50만~1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스페인의 총인구는 약 5000만 명이다.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극우 정당 복스(VOX)는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예고했다. 보수국민당(PP)의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대표는 “45명이 사망한 열차 사고로 촉발한 정부 비판을 피하려는 정치적 묘책”이라고 비판했다.
스페인 국민들의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이사멜 갈베스 팔레아레스대 경제학 교수는 “이미 국내에 있는 이민자에 한정되기 때문에 자국민 노동시장이나 주택 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는 “불법 이민에 점점 강경해지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친화적인 노선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벌이고 있으며, 영국은 난민 규제를 강화했다. 그리스는 망명 신청이 기각된 이주민을 구금형에 처하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망명심사 중인 이주민을 알바니아에 수용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반면 스페인은 과거부터 언어와 종교, 문화가 유사한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주민을 폭넓게 포용해왔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8차례의 대규모 합법화 캠페인을 시행해왔으며, 그동안 최소 100만명 이상의 이민자가 정식 체류 자격을 얻었다.
이번 합법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다. 당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봉쇄 기간에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며 스페인 경제를 지탱했다. 이에 2021년부터 각종 이민자 단체와 가톨릭교회, 좌파 단체 등이 주도해 미등록 이민자들에게 합법 체류 기회를 부여하자는 시민 입법 청원을 진행했고, 7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스페인 정부가 모로코, 모리타니아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해 이주민 유입 통제를 외주화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스페인은 북아프리카 국가들에 경찰 장비·기술·훈련을 지원하며 아프리카 출신 이주자들의 유입을 억제하고 있다.
마드리드 콤일라스 교황대학 이주연구소의 세실리아 에스트라다 비야세뇨르 연구원은 “반이민 담론이 확산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도 스페인의 이번 결정은 하나의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권단체들은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에게는 스페인 정부의 환대가 충분히 확장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