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설탕세 괜찮을까요?"…유럽은 이미 답했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28일, 오후 02:56

[이데일리 성주원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설탕세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물으며 국민 여론을 타진했다. 그렇다면 앞서 설탕세·비만세를 도입한 유럽의 결과는 어땠을까. 덴마크는 1년 만에 폐지했고, 영국은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효과보다 ‘어떤 정치적 서사를 만드느냐’가 성패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데 재투자한다면 어떨까요”라고 물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설문조사 결과 국민 80.1%가 설탕세 도입에 찬성했다는 기사도 함께 첨부했다.

◇덴마크 실패 vs 아일랜드 성공…‘프레이밍의 차이’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비만세(fat tax)’를 도입했던 덴마크는 불과 1년 만에 제도를 폐지했다. 식품 가격 상승과 일자리 위협, 국민들이 독일·스웨덴으로 국경을 넘어 쇼핑하는 부작용 때문이었다.

일부 연구에서는 지방 섭취가 첫 3개월간 10~20%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업계는 “소비 감소 없이 가격만 올랐다”고 반박했다. 결국 덴마크 정부는 2012년 11월 비만세 폐지를 선언했다.

반면 아일랜드는 2018년 설탕 음료세를 도입해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학술지 ‘더 컨버세이션’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두 나라의 명암을 가른 것은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정치적 서사’였다.

덴마크에서는 육류·유제품 등 필수 식품이 과세 대상이 되면서 ‘가계 부담·일자리 타격’이라는 부정적 프레임이 형성됐다. 반면 아일랜드에서는 코카콜라가 아동 대상 광고로 비난받던 시기여서 ‘아동 비만 위기’가 전면에 부각됐고, 업계의 반발은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연구팀은 “과학적 증거는 식품세 논쟁에서 지배적이지 않았다”며 “정책의 생존 가능성은 설득력 있는 서사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결론지었다.

◇영국 성공 사례…하지만 세수 감소 딜레마

영국은 2018년 청량음료 산업 부담금(SDIL)을 도입해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과세 대상 음료의 설탕 함량이 47% 감소했고, 시판 음료의 90%가 과세 기준 이하로 설탕을 줄였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어린이의 비만이 8% 감소해 연간 5234명의 비만을 예방했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이 제품을 재조정하면서 세수 전망치를 절반으로 하향 조정해야 했다. 세계은행은 “개혁은 공중보건에 바람직하지만, 예산 당국은 예상보다 낮은 세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의 한 상점 진열대에 탄산음료 캔들이 놓여 있다. (사진=로이터)
◇“저소득층 부담·산업 위축” 우려

국제학술지 ‘공중보건영양’의 2019년 메타분석 연구는 대중의 42%만이 설탕세를 지지했지만, 세수를 건강 사업에 사용한다는 조건에서는 지지율이 최고 66%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논란은 ‘역진성’ 문제다.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 등의 연구에서는 “저소득 가구는 가격 상승 시 소비를 훨씬 더 많이 줄여 오히려 더 큰 건강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수를 건강식품 보조금에 사용하면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는 반박도 나왔다.

미국 공중보건학술지는 2013년 “소규모 세금은 세수를 낳지만 비만율에는 영향을 거의 주지 못한다”며 “높은 세금(20% 이상)은 체중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만 정치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WHO 권고에 120개국 도입…한국은 2021년 폐기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각국에 20% 세율의 설탕세 도입을 권고했고, 당류 음료에 특화된 조세를 어떤 형태로든 운용하는 국가·지역을 다 합치면 현재 120여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 제21대 국회에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도입이 논의될 경우 음료에만 부과할지, 과자·빵 등도 포함할지, 제로 음료는 어떻게 규제할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1.8리터 코카콜라의 경우 2021년 개정안 기준으로 198원의 부담금이 부과돼 가격이 5%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뉴욕대 마리온 네슬 교수는 “정부가 정말로 비만 비용을 줄이려면 건강에 해로운 식품의 생산과 마케팅을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설탕세는 비만 대응 종합 전략의 한 구성요소로만 효과적”이라며 “정책 설계, 세율, 세수 사용처, 대중 소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은 오는 2월 12일 국회도서관에서 ‘설탕과다사용부담금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2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진열된 설탕 등 당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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