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신뢰 ‘흔들’…스위스프랑 10년래 최고 ‘껑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28일, 오후 04:44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달러화 대비 스위스프랑의 통화가치가 10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탓이다.

(사진=AFP)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스위스프랑의 가치는 지난해 14% 상승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3% 이상 뛰었다. 달러·스위스프랑 환율은 현재 0.77스위스프랑까지 낮아졌다. 이는 2015년 ‘스위스프랑 쇼크’(Swiss shock)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스위스프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욕,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불안 등이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끌어내렸고, 반사 효과로 스위스프랑에 대해선 ‘마지막으로 남은 신뢰할 만한 안전통화’라는 인식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강해졌다.

전통적으로 스위스프랑은 정치적·경제적 안정성과 낮은 부채 수준에 힘입어 안저자산으로 여겨져 왔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 스위스 투자 책임자인 다니엘 칼트는 “스위스 국채는 금덩어리와 비슷하다. 그 자체로는 수익을 내주지 않지만 그 뒤에는 매우 견고한 (실물)경제가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 안전자산인 금처럼 스위스프랑도 이자나 배당을 주지 않지만, 안정적인 스위스 경제가 그 가치를 뒷받침(보장)한다는 의미다. 최근 국제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를 넘어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MUFG의 글로벌 시장 리서치 총괄인 데릭 할페니는 “스위스프랑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안전자산 통화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며 “이 사실만으로도 앞으로 (피난처) 수요가 더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수요가 몰리면서 스위스프랑은 유로화 대비로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스위스 교역에서 유로존 비중이 큰 만큼 자칫 스위스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유로화는 0.918스위스프랑에 거래되고 있지만, 0.9프랑 아래로 떨어지면 수출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압박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물가 하락 압력과 통화정책 운용난에 직면했다. 일각에선 SNB가 통화가치를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SNB는 과거 8년(2014~2022년)간 유지했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되돌아가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아울러 사프라 사라신 은행의 카르스텐 유니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스위스 국채와 유로존 국채 금리 격차가 커 소폭의 금리 조정으론 효과가 없다. 또한 더 큰 폭의 금리인하는 불필요한(원치 않는) 경기부양 효과만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SNB의 직접적인 환율개입도 쉽지 않다. 과거 통화 약세 유지를 위해 반복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가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미국의 ‘환율조작국’ 명단에 포함된 전례가 있어서다.

지난해 2분기에도 무역분쟁으로 스위스프랑의 변동성이 확대하자 SNB는 소규모 개입을 시도했는데, 결국 같은해 9월 스위스 정부는 미국과 “경쟁 우위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해야 했다.

한편 유로화 역시 달러화 약세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유로화 가치는 전날 1.19달러를 넘어서며 4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과도한 인플레이션 억제 우려와 함께 SNB와 같은 고민에 빠졌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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