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달러 좋다"…트럼프, 관세 이어 환율 전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28일, 오후 06:59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장영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달러는 훌륭하다”는 발언 직후 글로벌 외환시장은 ‘약달러’를 용인하겠다는 정책 신호로 해석했고 달러 가치는 4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관세로 글로벌 통상 전선을 흔들어온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에는 환율을 앞세워 전 세계를 압박하고 나섰다는 평가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7일(현지시간) ICE 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뉴욕증시 마감 무렵 95.86으로 전장 대비 1.2%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22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 약세에 결정적인 불을 지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아이오와 일정 출발을 앞두고 달러화 약세를 우려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를 달러 가치 하락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발언이 전해진 후 달러는 약세 폭을 더욱 키웠다. 월가에서는 이를 통화 가치가 점진적으로 희석한다는 데 베팅하며 달러와 미 국채를 줄이고 금 등 실물자산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의 강화 신호로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하락에 무심한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일부 시장 참가자에게 달러를 더 팔고 미 국채와 같은 자산에서 이른바 ‘조용한 이탈(quiet-quitting)’을 가속하는 또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달러 약세는 미국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 목표와 맞닿아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약세는 미국 기업에 좋다”고 언급하며 수출 측면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스티븐 젠 유리존 SLJ캐피털 창립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달러에 대한 인식이, 미국 수출업체를 지원하는 환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달러 하락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신호다”고 평가했다.

이날 서울 외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전날보다 23.8원(1.65%) 내린 1422.45원을 나타냈다. 장중 한때 1420원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0월 21일(1419.7원) 이후 약 석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두 달 정도 지나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한 것도 원·달러 환율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달러의 추가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환율도 하방 압력을 받겠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달러화는 추가 약세를 예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과 차기 연준 의장 이벤트가 달러화 추가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환율의 추가 하락 압력도 높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