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왼쪽) 국무총리가 23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JD 밴스 미 부통령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달 23일 워싱턴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제재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밴스 부통령은 김 총리에게 쿠팡과 같은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완화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이 김 총리에게 명시적인 위협을 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강경한 조치가 계속되면 한미 무역합의가 위기에 봉착하고 결국 합의가 깨져 한국에 대한 더 높은 관세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김 총리는 앞선 간담회에서 밴스 부통령과 회담에 대해 “쿠팡 문제에 대해 미국 기업에 차별적 대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이야기했다”며 “밴스 부통령은 이 문제가 양국 정부 사이에 오해를 가져오지 않도록 과열되지 않게 상호 관리를 잘 하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WSJ는 김 총리와 밴스 부통령의 대화 이후 불과 사흘이 지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무역합의 이행을 거론했다는 데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 통과를 지연하고 있다면서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종전과 같은 25%로 상향하겠다고 위협했다. WSJ는 “트럼프는 한국의 무역합의 이행 문제에 초점을 맞췄지만 트럼프 행정부 일부 관계자 사이에서는 한국의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대응 방식 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 합의 이행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한국이 대미투자특별법은 통과시키지 않은 채 (미국 빅테크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온라인 플랫폼 규제법과 같은) 디지털 규제법만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식 전 비공개 리셉션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한 김범석 쿠팡 의장.(사진=연합뉴스)
쿠팡은 대부분 사업을 한국에서 영위하고 있으나 한국 법인의 지분 100%를 나스닥에 상장한 모회사 쿠팡 아이엔씨(Inc.)가 소유하고 있다. 쿠팡 주가는 최근 3개월 사이 30% 넘게 하락, 쿠팡 미국 투자사는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건에 대한 한국 당국의 과도한 대응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도 쿠팡을 예로 들며 한국 정부가 미국 기술기업을 차별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엑스(X, 구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관세 관련 SNS 게시물과 함께 “쿠팡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글을 남겼다. 그동안 한국 디지털 규제법에 비판적 태도를 보인 캐롤 밀러(공화·웨스트버지니아) 하원의원은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검열법’이라고 비난하고 쿠팡 조사를 ‘정치적 마녀 사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다만 쿠팡이 이번 관세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게 백악관의 공식 발표다. 백악관 관계자는 WSJ에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음에도 한국은 합의에서 약속한 자기 몫을 이행하는 데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며 “한미 관계에서 제기되는 다른 사안은 이번 대통령의 결정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조현 외교장관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현안질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관세 언급과 관련해 쿠팡 사태나 온라인 플랫폼법 도입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로 이동하기 위해 백악관을 떠나면서 한국 관세 관련 질문을 받자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말해 양국 간 추가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그리어 대표 또한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이후 신속하게 연락해왔다”며 “이날 아침 일찍 그들과 대화를 했다. 이번 주 후반에 한국의 통상 당국자가 워싱턴에 올 예정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