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임기 후 거취 '침묵'…"남으면 정치적, 떠나면 굴복"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29일, 오후 03:48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오는 5월 15일 의장 임기 종료 후에도 연준 이사직에 남을 것인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의 침묵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맞서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건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파월 의장은 지난해 여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이사직 잔류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매번 답변을 거부했다.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고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이 이런 선택권을 가진 것은 연준 거버넌스 구조 때문이다. 연준 의장은 4년 임기의 의장직과 별도의 14년 임기 이사직에 각각 임명된다. 대부분의 전임 의장들은 의장직 종료와 함께 연준을 떠났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파월 의장의 이사 임기는 오는 2028년까지다.

◇법무부 조사가 결정 복잡하게 만들어

파월 의장의 결정을 복잡하게 만든 것은 미 법무부의 조사다. 법무부는 이달 초 연준 본부 25억 달러(약 3조5670억원) 규모 리노베이션 사업과 관련해 파월 의장의 지난해 여름 의회 증언을 조사하기 위해 대배심 소환장을 발부했다.

파월 의장은 이 조사가 실제로는 금리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요구해온 금리 인하를 더 빨리 단행하라는 압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파월 의장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그가 연준에서 거의 14년, 의장으로 8년을 보낸 후 민간으로 복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조사가 사라지는 대가로 떠나는 데 동의하는 것은 지난 1년간 피해온 압박 캠페인을 정당화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진퇴양난에 빠졌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소환장 발부 전까지 파월 의장이 임기 종료 시 떠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소환장 발부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법무부 조사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구성원 (자료: 연준, WSJ)
*파월, 제퍼슨, 바, 쿡은 오바마·바이든 대통령 지명 인사, 월러, 보먼, 마이런은 트럼프 대통령 지명 인사 (연도는 이사직 임기 만료 시점)
◇남으면…트럼프 행정부, 연준 이사회 구성 차질

파월 의장의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이사회 재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현재 7명으로 구성된 연준 이사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스티븐 마이런 이사의 자리 하나만 확보하고 있다. 이 자리는 새 의장을 임명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파월 의장이 전통을 따라 오는 5월 15일 이사직에서 물러나면 트럼프 대통령은 두 개의 공석을 확보하게 된다. 이 경우 새 의장 지명과 함께 마이런 이사를 재지명하거나 다른 인사를 추가 지명할 수 있다.

반면 파월 의장이 이사로 남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런 이사 자리만 활용할 수 있다. 새 의장이 이 자리에 임명되면 마이런 이사는 자동으로 물러나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파월 의장이 떠나기를 여전히 희망하지만 법무부 조사로 인해 임무가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여러 공화당 의원들이 파월 의장을 옹호하고 나섰고, 일부는 조사가 해결될 때까지 후임 인선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남으면 정치적, 떠나면 굴복”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이 어떤 선택을 해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파월 의장의 수석 고문을 지낸 존 파우스트는 “그가 남으면 정치적으로 보이는데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파우스트는 다만 파월 의장이 행정부의 극단적 조치로부터 연준 독립성을 지키는 데 자신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매우 불행하게, 큰 실망을 안고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연준 독립성의 원칙에 대한 질문에는 “모든 선진 민주주의 국가는 통화 정책을 직접적인 정치적 통제로부터 분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중이 연준이 정치적 이유로 결정을 내린다고 믿게 되면 신뢰성을 잃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잃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1934년부터 1948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낸 매리너 에클스 이후 의장직 종료 후 이사로 남은 전직 의장은 없다. 에클스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사직에 남았으나 금리 설정 권한을 둘러싼 대통령과의 충돌 끝에 3년 뒤 연준을 떠났다. 이 대결은 결과적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클라이브의 호라이즌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단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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