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CNN방송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협상에 진전이 없어 대규모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AFP)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핵심 군사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이다.
미국 공군과 해군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및 그 지휘 하에 있는 준군사조직 바시지(Basij·친정부 민병대)가 운영하는 군사기지, 탄도미사일 발사·저장 시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겨냥해 제한적으로 공격을 단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미 약화한 이란 정권이 전복되고, 결국에는 이란이 다시 국제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이라크와 리비아에서는 서방의 군사 개입이 민주주의로의 순조로운 이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양국에서 잔혹한 독재 정권을 끝내긴 했으나, 그 대가로 수년간의 혼란과 유혈사태를 초래했다.
서방의 군사 지원 없이 2024년 자체 혁명을 통해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한 시리아의 경우 좀 더 나은 경과를 보이고 있다.
◇정권은 존속하지만 제재 위험 정책은 완화
일명 ‘베네수엘라 모델’도 예상할 수 있다. 이슬람 공화국 체제는 잔존하면서도 중동 전역의 친(親)이란 민병대에 대한 지원 축소, 핵·탄토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또는 축소, 시위대에 대한 탄압 완화가 병행되는 시나리오다.
다만 정권이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란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긴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아울러 이슬람 공화국 지도부가 무려 47년 동안 변화 요구에 완강히 버텨온 만큼, 이제 와 노선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권 붕괴, 군부 통치로 대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현 정권이 붕괴하고, IRGC 인사들로 구성된 강력한 군사정부가 그 자리를 대신해 통치하는 방안이다.
현 정권이 인기가 없는 것은 자명하다. 또한 수년간 반복된 시위 물결로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권이 무너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반(反)정부 시위대 측으로 눈에 띄는 이탈이 거의 없는 데다, 지배 계층이 권력 유지를 위해 무한한 무력과 잔혹성을 행사할 각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 체제에 이해관계를 가진 거대한 안보 세력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국가의 중요한 결정을 좌우하는 숨은 권력 네트워크, 이른바 ‘딥 스테이트’를 뜻한다. 미국의 공습 직후 혼란한 국면에서 이들이 기존 지배층을 대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사진=AFP)
이란은 어떠한 미국의 공격에도 보복하겠다며 “우리의 손가락은 이미 방아쇠 위에 있다”고 공언해 왔다.
군사력만 놓고 보면 이란군은 미군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동굴·지하·험준한 산악 지역에 숨겨둔 탄도미사일과 드론 전력을 동원해 여전히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과거 미국이 베트남에서 고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걸프만의 아라비아 해안 쪽에는 바레인·카타르 등지에 여러 미군 기지와 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어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요르단처럼 미국의 공격에 공모했다고 간주하는 국가들의 중요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다.
2019년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민병대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석유화학 시설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대규모 타격한 사건은, 이란 미사일 앞에서 사우디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걸프만의 아랍 이웃 국가들은 모두 미국의 동맹국이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군사 행동이 결국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극도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다.
◇이란, 걸프 해역에 기뢰 부설로 보복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년) 당시 이란이 실제로 선박 항로를 기뢰로 봉쇄한 전력이 있다. 이 시나리오는 글로벌 해운·석유 공급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줄곧 거론돼 왔다.
이란과 오만 사이의 좁은 호르무즈 해협 병목 지점이다.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의 약 20%, 원유 및 석유 제품의 20~25%가 매년 이 해협을 통과한다.
이란은 해상 기뢰를 신속히 배치하는 훈련을 실시해 왔다. 행동으로 옮길 경우 세계 무역과 유가에 필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란, 미 군함 격침으로 보복
현재 걸프 해역에 배치된 미 해군 함정의 한 함장은 과거 자신이 가장 우려하는 이란의 위협 중 하나로 ‘군집 공격’(swarm attack)을 지목한 바 있다.
이란이 다수의 고폭탄 드론과 고속 어뢰정들을 한 번에, 단일 혹은 복수의 표적을 향해 쏟아붓는 공격 방식이다. 미 해군의 막강한 근접 방어 시스템조차 모든 공격을 제때 격추·요격하지 못할 수 있다.
IRGC 해군 병력은 오랫동안 걸프 해역에서 기존의 이란 정규 해군을 사실상 대체해 왔다. 과거 팔레비 왕조 시절 일부 이란 해군 지휘관들은 다트머스(영국 해군대학)에서 훈련받기도 했다. 이들은 또 미 해군 제5함대의 기술적 우위를 극복하거나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른바 비정규·비대칭 전쟁 방식의 훈련에 집중해 왔다.
미 군함이 격침되고 생존한 승조원 일부가 포로로 잡히기라도 한다면 미국에 엄청난 굴욕이 될 수 있다.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이란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00년 예멘 아덴항에서 알카에다의 자살공격으로 ‘USS 콜’ 구축함이 큰 피해를 입고 미 해군 병사 17명이 숨진 전례가 있다. 1987년 이라크 전투기 조종사가 실수로 미 해군 군함 ‘USS 스타크’에 미사일 2발을 발사해 미 해군 병사 37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반정부 시위로 불타는 차량들 (사진=로이터)
카타르·사우디 등 인근 국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로, 매우 현실적인 위험으로 꼽힌다.
시리아·예멘·리비아가 겪었던 것과 같은 내전 가능성뿐 아니라, 전국적인 권력 공백 속에 쿠르드족·발루치족 등 소수민족들이 자국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무장에 나서면 그간 눌려 있던 민족 갈등이 무력 충돌로 번질 수 있다.
이스라엘을 포함해 중동 대다수 국가들은 이슬람 공화국 체제가 사라지는 것을 반길 가능성이 크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 의혹 때문에 실존적 위협을 느끼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란 인구가 9300만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중동에서 가장 큰 국가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그로 인해 대규모 인도주의·난민 위기가 촉발되는 상황을 바라는 국가는 없다.
BBC는 “가장 큰 위험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전력을 이란 국경 인근에 집결시킨 다음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체면을 잃는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라며 “이 경우 명확한 최종 목표도 없이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그 결과는 예측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중동 전역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