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자율주행·로봇 최전방에…머스크, 사업구조 대전환 시험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29일, 오후 09:43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올해 인공지능(AI)·자율주행·로봇 중심으로 사업의 무게 중심을 전환한다. 지금의 테슬라를 있게 한 초기 전기차인 모델 S와 X의 생산을 중단하고 해당 생산라인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제조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테슬라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기차 사업은 중국 BYD 등의 가격 공세와 세계 각국의 정책 전환에 따른 수요 부진이 맞물리면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AI·자율주행·로봇 사업이 올해 확실한 기틀을 마련할지 일론 머스크의 사업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모델 S·X 퇴장…옵티머스 대량 생산라인으로 전환

28일(현지시간)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4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모델 S와 X 생산을 중단하고 캘리포니아주 프레몬트 공장은 옵티머스 로봇 생산에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이 두 모델은 초창기 테슬라를 시장 선두주자로 만든 주력 모델이지만 현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머스크는 “조금 슬프지만 명예로운 전역을 할 때다”고 언급했다.

두 모델을 생산하던 라인을 옵티머스 제조에 사용하기로 한 결정은 회사의 우선순위가 더는 전기차에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머스크는 “모델 S·X 생산라인을 연간 100만 대 수준의 대량생산이 가능한 옵티머스 라인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몇 달 내에 양산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첫 번째 모델인 ‘3세대 옵티머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테슬라는 옵티머스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내달부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 옵티머스를 투입해 훈련을 시작했다.

사이버캡 올 4월 생산…xAI에 2.8조원 투자

이날 테슬라는 모델 S·X 생산 중단 후 새로운 모델 출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전통적인 전기차를 만들 계획은 없다”며 “사이버캡이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고 했다. 이는 테슬라가 머스크가 강조해 온 “완전 자율주행 미래” 실현에 집중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사이버캡은 운전자 감독 없이도 주행할 수 있는 완전 자율주행차로 운전대와 페달, 사이드미러가 모두 없는 형태로 설계됐다. 머스크는 “사이버캡 생산을 오는 4월 시작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 다른 모든 차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사이버캡을 매년 생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라스 모라비 테슬라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아예 테슬라를 전기차 기업이 아닌 ‘교통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재정의하며 회사가 로보택시를 포함한 서비스 모델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오스틴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운전자가 조수석에 탑승한 상태로 약 500대의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머스크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전제로 “연말까지 미국의 25~50% 지역에서 ‘완전 자율 주행’ 차량을 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사업과 관련해서는 AI 모델부터 반도체까지 내재화하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테슬라는 이날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에 약 20억 달러(2조 8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AI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이미 차량에 xAI의 챗봇 ‘그록(Grok)’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머스크는 테슬라 자체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 구상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반도체 공급 부족과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회사가 필요한 만큼의 물량을 확보할 수 없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로직(연산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 메모리, 패키징을 모두 포함하는 매우 큰 공장을 미국 내에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판매 부진 속 사업구조 개편 가속

테슬라의 이 같은 사업구조 대전환 가속화는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이 948억 달러로 전년(977억 달러) 대비 3% 감소했다. 연간 매출이 줄어든 것은 창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테슬라는 작년 전기차 판매량을 164만 대로 추산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9%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226만 대를 판매한 중국 BYD(비야디)에게 전기차 1위 자리도 내줬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국 시장은 연방정부의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로 위축된 데다, 중국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한풀 꺾였고 유럽의 내연기관차 규제 완화까지 맞물리면서 전기차 전환 속도가 크게 둔화할 전망이다.

테슬라는 올해 신사업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최근 보고서에서 “테슬라가 장밋빛 청사진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며 “테슬라 주가가 추가 상승하려면 로봇택시, FSD, 옵티머스에서 뚜렷한 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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