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 첫날부터 전국에 영하권 강추위가 찾아온 가운데 서울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두터운 패딩과 방한용품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상속세를 운영하는 24개국 가운데 한국은 상속·증여세 세수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상속·증여세 수입은 총세수의 1.59%로 OECD 평균 0.36%의 약 4.4배다. 일본(1.33%), 벨기에(1.46%), 프랑스(1.38%)를 모두 웃돈다. GDP 대비로도 0.7%로 OECD 최고 수준 그룹을 형성한다.
세수 비중이 높은 이유는 높은 명목세율, 상대적으로 낮은 공제, 과세 방식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세 방식에서도 한국은 특이하다. 상속세를 운영하는 24개 OECD 국가 중 유산세 방식을 쓰는 국가는 한국·미국·영국·덴마크 4곳뿐이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 각자가 받은 몫을 기준으로 과세하지만, 유산세는 피상속인의 전체 재산을 평가해 세금을 매긴다.
더 특이한 점은 배우자 과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유산세 4개국 가운데 배우자 상속에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미국·영국·덴마크는 배우자 상속을 전면 비과세하거나 매우 넓은 공제를 제공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과세 방식 전환과 배우자 과세 완화가 개편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상속세의 또 다른 특징은 최대주주 할증평가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이유로 주식 가치를 20% 높게 평가해 과세하는 이 제도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보기 드물다.
기본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 20%포인트가 더해지면 실효세율은 60%다. 일본(55%), 미국(40%), 영국(40%)보다 높다.
대부분 국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시장 가치에 반영하거나, 비상장 주식의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할인 평가를 적용한다. 주가가 오르면 세금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는 대주주에게 주가 억제 유인을 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체 세수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 (2021년 기준, 단위: %, 자료: OECD)
미국은 높은 세율을 유지하면서도 거액의 공제를 통해 실제 납세 대상을 극소수로 한정하는 절충안을 구축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다. 2024년 기준 공제액은 1인당 1361만 달러(약 196억원)다. 부부 합산으로는 2722만달러(약 393억원)까지 비과세된다.
거액의 공제 덕분에 실제 연방 유산세를 내는 사람은 극소수다. 매년 사망자의 0.1% 미만만이 유산세 대상이다. 최고세율은 40%로 한국(60%)보다 낮지만, 공제액이 워낙 높아 중산층은 사실상 상속세 부담이 없다.
배우자 상속은 전액 비과세다. 자선단체 기부도 전액 공제된다.
미국의 또 다른 특징은 ‘스텝업 베이시스(step-up in basis)’ 제도다. 상속인이 자산을 물려받을 때 취득가액이 상속 시점의 시가로 재평가된다. 부모가 10억원에 산 주식이 상속 시점에 100억원이 됐다면, 상속인의 취득가는 100억원으로 인정된다.
이후 110억원에 팔면 자본이득세는 10억원에 대해서만 부과된다. 90억원의 미실현 이득에 대해서는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 제도는 “상속세를 내느라 급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유층의 자본이득 과세 회피를 가능하게 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한국의 선택지…유산취득세·자본이득세·할증 폐지
국회예산정책처와 조세재정연구원은 유산취득세로의 전환 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부도 이같은 방향으로의 전환을 검토해왔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여러 명일 경우 각자의 몫에 개별 세율을 적용해 세 부담이 낮아진다. 다자녀 가구일수록 세 부담이 줄어드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나왔다. ‘부자 감세’ 프레임을 벗어나 ‘조세 정상화’로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가 될 수 있다.
배우자 과세도 개선 과제다. 전문가들은 “배우자 상속은 세대 간 이전이 아니기 때문에 과세 목적과 맞지 않는다”며 ‘한 세대 한 번 과세’ 원칙을 제안한다.
최대주주 할증 20%는 즉각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배구조가 투명해진 현재 시장 환경에서 획일적 할증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다.
OECD는 상속세 개편 옵션으로 “세율은 낮추되 과세 표준을 넓히고, 자산·소득·소비세 간 역할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일부 전문가는 스웨덴·노르웨이처럼 상속 시점에는 과세하지 않고, 자산 매각 시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제안한다.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를 피할 수 있어 ‘경영권 위협’을 원천 차단한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잠금 효과’다. 상속인이 세금을 늦게 내기 위해 자산을 영원히 팔지 않는 동결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캐나다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망 시점에 자산을 매각한 것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방식을 쓴다.
◇기업 생존과 시장 안정, 부의 대물림…균형점 찾기
OECD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한국 상속세가 글로벌 스펙트럼에서도 극단적인 위치에 있다는 점이다. 높은 명목세율과 유산세 방식, 배우자 과세, 낮은 공제, 최대주주 할증이 겹치면서 세수 비중과 체감 부담이 모두 OECD 최상위권이다.
유럽과 미국의 경험은 한국 상속세 개편 논의가 국제 기준과 비교 속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재점검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나라가 선택해야 할 것은 ‘상속세를 없앨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이분법적 사고보다는 ‘어떻게 기업 생존과 시장 안정, 부의 대물림 문제 사이의 균형을 맞출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설계다. 스웨덴·노르웨이는 폐지를, 독일·프랑스는 리모델링을, 미국은 고공제·중세율 절충안을 택했다. 한국은 어느 길로 갈 것인가. 그 답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주요국 상속세 제도 비교 (자료: OEC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