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인가 비둘기인가…차기 연준 의장 ‘워시’를 둘러싼 엇갈린 시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1월 31일, 오전 05:51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하면서, 그의 통화정책 성향을 둘러싼 논쟁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랜 기간 ‘대표적 매파’로 분류돼 왔지만, 최근 금리 인하 필요성에 동조하는 발언이 이어지며 시장에서는 매파와 비둘기 사이 어디에 놓일 인물인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새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사진=UPS)
◇“영구적 매파 아니다”…위기 때는 금리 인하 동조

워시는 2006년 35세의 나이로 연준 이사회에 합류하며 최연소 연준 이사 기록을 세웠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실무를 거친 뒤 연준으로 옮겼고,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벤 버냉키 의장을 보좌해 월가 구제금융과 금융시장 안정 장치를 설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워시는 연준 이사 재직 시절 인플레이션을 강하게 경계한 인물로, FOMC 회의록에서도 매파적 발언이 적지 않다. 리먼브러더스 붕괴 직전까지도 물가 상승 위험을 강조한 기록은 그의 ‘매파 이미지’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다만 그는 당시 정부의 대규모 구제 조치가 결국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사후적으로는 재정·통화 부양이 더 컸다면 경기 회복이 빨라졌을 것이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워시의 오랜 멘토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그를 “영구적인 매파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드러켄밀러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워시를 항상 매파로 규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며 “상황에 따라 양쪽 모두로 움직이는 것을 직접 봐왔다”고 말했다.

그는 워시에 대해 “초기에는 회의적이었지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자 금리 인하에 전적으로 동의했고, 팬데믹 초기에도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워시는 2011년 이후 드러켄밀러의 패밀리 오피스에서 파트너로 함께 일해왔다.

최근 워시의 발언 역시 과거의 매파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그는 “금리는 상당히 더 낮을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해왔다. 이는 기준금리를 1% 또는 그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도 맞닿아 있다.

워시는 인공지능(AI)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할 수 있다고 보는 인물이다. 그는 AI와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가 물가를 억제할 것이라며, 고용을 희생하지 않고도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워시는 인공지능(AI)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할 수 있다고 보는 인물이다. 그는 AI와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가 물가를 억제할 것이라며, 고용을 희생하지 않고도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스티븐 브라운 캐피털이코노믹스 북미 담당 수석부이코노미스트는 “워시는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차선 중 최선의 결과 중 하나일 수 있다”며 “그의 오랜 매파적 시각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적 거수기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상쇄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AI와 규제 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는 워시의 강한 확신과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구상은 장기 국채 금리에 상방 압력을 가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바스 판 헤펀 라보뱅크 수석 시장전략가는 “워시는 다른 잠재 후보들과 비교하면 매파 스펙트럼 쪽에 더 가까운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인선 기준은 금리 인하에 동의하느냐는 점”이라며 “실제로 지명됐다면 과거만큼 매파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빈 워시 지명자.(사진=AP/연합뉴스)
◇연준 독립성 지키되 ‘개혁’ 강조할듯

워시가 연준의 독립성을 수호할지도 관심이다. 그는 원래 연준 독립성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2010년 연준 이사 시절 ‘독립성에 바치는 송가’라는 연설에서 중앙은행의 신뢰는 정치적 변덕으로부터의 독립성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준이 독립성을 방패 삼아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왔다며, 통화정책 운영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후행 지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책 판단과 금융위기 이후 고착화된 ‘포워드 가이던스’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해왔다. 또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가 기준금리 정책과 충돌한다며 “인쇄기를 멈춘다면 더 낮은 정책금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워시의 지명은 연준 독립성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연준은 합의제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금리를 결정하지만, 의장의 발언과 리더십이 시장 기대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여기에 최근 미 법무부의 연준 수사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인준 보류 움직임까지 겹치며, 상원 인준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반응도 엇갈린다. 지명 소식 이후 달러 강세가 유지되는 반면, 미 주가지수 선물은 약세를 보였다. 워시가 최근 금리 인하 필요성에 동조하고 있음에도, 연준 이사 시절의 매파적 이력이 여전히 시장에 각인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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