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앤스로픽 AI 자동화 도구 충격…정보·법률데이터 기업 주가 '흔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04일, 오후 01:24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AI 자동화가 전문 서비스 영역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과 유럽 증시에서 데이터·법률·소프트웨어 기업에 매도세가 확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공개한 업무 자동화 플러그인이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킨 직접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로이터)
앤스로픽은 최근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에 자사 AI 플랫폼 클로드의 업무용 모드인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에 법률·영업·마케팅·데이터 분석 업무를 자동화하는 플러그인을 추가했다고 밝혔다.이 도구는 계약 검토, 문서 분류, 리서치 요약, 정형 보고서 작성 등 반복적 전문 업무를 AI가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이 같은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AI 모델 기업이 기존 소프트웨어·정보 서비스 기업의 핵심 워크플로를 직접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급격히 부각됐다.

이번 플러그인은 앤스로픽이 지난달 선보인 클로드 코워크의 확장 기능이다. 코워크는 단순 대화형 AI를 넘어 사용자가 지정한 작업 공간에서 파일을 읽고 수정하며, 다단계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업무 도구로 소개됐다. 가상 머신 환경에서 작동해 보안성과 통제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월가에서는 법률·데이터 분석 업계에 미칠 실질적 영향이 구체화되면서 뒤늦게 투자자들의 리스크 재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대목은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이 법률, 데이터분석 워크플로우 제품을 자사 플랫폼에 직접 탑재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앤스로픽과 같은 AI 모델 개발사는 법률 소프트웨어 기업에 API를 제공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앤스로픽의 플러그인의 성능이 재평가 받으면서 이날 유럽과 미국의 주요 법률·데이터 분석 업체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앤스로픽의 AI 법률도구가 계약 검토와 문서 분류 같은 작업을 수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기존 정보업체들이 제공해 온 법률 데이터·분석·검색 서비스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톰슨 로이터는 이날 주가가 15.7% 급락했다. 톰슨 로이터는 법률 데이터베이스 ‘웨스트로(Westlaw)’를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 아치볼드 AGF 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에 “시장은 종종 먼저 쏘고 나중에 질문한다”며 “앤스로픽의 플러그인이 바로 톰슨로이터의 핵심 수익원이 있는 영역을 겨냥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법률 부문에서의 성장 가시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은 톰슨로이터에 대해 압도적으로 약세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보 서비스 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가트너는 23% 넘게 폭락하고 있고, S&P 글로벌은 10% 이상 하락하고 있다. 인튜이트와 에퀴팩스는 각각 11.2%, 11.4% 가량, 무디스와 팩트셋도 각각 7.7%, 9.7% 가량 빠지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도 법률·정보 서비스 기업인 렐렉스(Relx)와 볼터스클루어가 13.2% 급락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주가는 12.4% 급락하며 최근 5년 내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LSEG는 앤스로픽과 데이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으며, 금융 데이터·뉴스 서비스 ‘워크스페이스(Workspace)’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 섹터 전반의 약세도 두드러졌다. 아이셰어즈 확장 테크-소프트웨어 ETF(IGV)는 장중 5% 넘게 하락하며 6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나스닥100 지수 역시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월가에서는 AI가 특정 산업을 넘어 소프트웨어 생태계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무라의 찰리 맥엘리고트는 “소프트웨어 업종이 전반적으로 얻어맞고 있다”며 “AI 도입의 2차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법률 서비스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면 컨설팅과 금융 서비스도 예외가 아니다”라는 경고가 나온다. 블루웨일 그로스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 스티븐 유는 “올해는 AI의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해”라며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AI의 진행 경로에 서 있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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