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넘어 테크기업으로…월마트, 시총 1조 달러 뚫었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04일, 오후 07:05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450조원)를 돌파했다. 미국 상장사 가운데 비기술 기업으로는 워렌 버핏 회장의 버크셔 해서웨이에 이어 두 번째다. 월마트는 오프라인 사업과 온라인 사업이 모두 순항하는데다 인공지능(AI) 분야 투자도 아끼지 않은 ‘모범생’이라는 평가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월마트 주가는 전날보다 2.9% 상승한 127.71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월마트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005930) 시가총액 991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기록이다. 시총 1조 달러 이상 기업 10곳 중 상위 8곳이 기술기업이다.

월마트 주가는 지난해 24% 상승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10% 이상 올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수익률을 웃돌았다. AI 관련 기술주가 고평가됐다는 논란 속에 순환매 자금이 유입되면서 이날까지 월마트 주가는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경기 방어주로 꼽혔던 월마트는 지난달 9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면서 성장주 측면이 주목받고 있다.

1962년 샘 월튼이 아칸소주 소도시에 단 한 개의 매장으로 창업한 월마트는 현재 전 세계 19개국 1만개가 넘는 매장을 거느린 대형 마트의 대명사로 거듭났다. 월마트의 연 매출과 고용 규모는 수년째 전 세계 1위로, 미국 전체 식료품 소비 4분의 1이 월마트에서 이뤄지고 있다. 올해 월마트의 연 매출은 7000억 달러(약 1015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월마트의 경영 전략은 ‘박리다매’의 교본이나 다름없다. 월마트는 특정 기간 할인 전략이 아닌 상시 저가 정책을 내걸고 각종 생필품과 식료품을 최대한 싸게 팔았다. 물류창고를 없애고 집하장에서 공급 업체가 물건을 내리는 즉시 월마트로 보내는 ‘크로스 도킹’ 시스템으로 재고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인 덕이다. 월마트는 재고 관리를 위해 공급 업체의 납품 지연뿐 아니라 조기 납품, 포장 실수, 수량 오류를 일절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월마트는 오프라인 마트로 시작했음에도 코스트코보다는 아마존을 경쟁사로 삼았다. 2000년대 온라인 사업에 난항을 겪었던 월마트는 2016년과 2018년 젯닷컴과 플립카트 등 전자상거래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월마트는 아마존의 당일 배송을 넘어 1시간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아마존 프라임’ 요금제에 맞서 구독 서비스 ‘월마트 플러스’를 내놨다. 최근 오프라인 매장문을 닫고 있는 아마존과 달리 월마트는 오프라인 사업과 온라인 사업 모두 안정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월마트는 공급망 자동화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배송 속도를 높이고 재고 예측과 AI 기반 검색 알고리즘을 크게 개선했다. 월마트는 구글 제미나이, 챗GPT와 각각 제휴해 AI 쇼핑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자체 광고 플랫폼에 AI를 적용해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타깃 광고 사업은 최근 분기마다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노동 시장 경색, 상호 관세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월마트의 저가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유통업체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월마트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제품 가격을 급격하게 인상하지 않도록 했다. 시즈모어 캐피탈 설립자인 찰스 시즈모어는 “기술주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시총 1조 달러를 철저한 ‘옛날 경제’ 기업인 월마트가 이룬 것은 놀라운 성과”라고 말했다.

월마트. (사진=AFP)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