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발 ‘SaaS 종말’ 충격…은행·펀드까지 ‘흔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05일, 오전 09:4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SaaS’(Software as a Service·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종말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앤스로픽이 인공지능(AI)을 통해 법률·재무 분석 등 전문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신규 기능을 선보이면서다. 충격은 소프트웨어 기업에 그치지 않고, 이들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과 투자펀드, 법률·재무 전문 정보 기업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AFP)
앞서 앤스로픽은 자사 AI 챗봇 ‘클로드’를 기반으로 출시한 협업 플랫폼 ‘코워크’에 법률·영업·마케팅·데이터 분석 업무를 자동화하는 신규 기능을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지난 3일 발표된 애널리스트 보고서에서 이 기술이 기존의 업무용 소프트웨어 및 정보 서비스의 일부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며 증시 충격이 본격화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이날 데이터베이스 대기업 오라클의 주가는 5.2% 하락 마감했다. 전날(-3.4%)에 이어 이틀 동안 8.4% 내렸다. 호실적 발표 후 전날 6.9% 반등했던 데이터 분석업체 팔란티어도 이날 11.6% 급락했다.

고객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 중소기업용 회계 소프트웨어 인튜잇,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사 어도비, 업무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서비스나우 등 이른바 ‘SaaS 4대장’ 주가는 이날 반등했으나, 앤스로픽발(發)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인 2일 종가 기준으로는 여전히 5~9% 낮은 수준이다.

소프트웨어주 중심 상장지수펀드(ETF) ‘i셰어즈 확장 테크·소프트웨어 섹터’(IGV)도 이날까지 이틀 동안 6.3% 하락했다. 거래량은 4000만주를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IGV 주가는 지난해 9월에 최고점을 찍은 후 4분의 1 가량 빠진 상태다.

하락세는 소프트웨어 업종 외로도 번졌다. 법률 플랫폼 리걸줌은 이틀간 16% 급락했고,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같은 기간 22% 폭락했다. 톰슨로이터는 14.2%, 스탠더드앤푸어스(S&P)글로벌은 11.8% 각각 내렸다.

소프트웨어 기업에 자금 공급을 하는 투자사에 대한 경계심도 커졌다. 사모대출을 통해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해온 블루아울캐피털과 글로벌 투자사 KKR 주가는 이틀 사이 각각 10.1%, 8.4% 떨어졌다. 대형은행인 골드만삭스는와 모건스탠리 주가도 이틀간 각각 3.5%, 2.7%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에브라힘 푸나왈라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광범위한 기술 부문에 대한 대출 노출액이 대형은행 전체 대출의 2.7%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관련 대출 비율이 3%대 후반에 달해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됐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제임스 레일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불안이 사모대출 시장 악화로 번질 경우 금융시장 전반에 더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KKR의 급락이 이러한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일 수 있다”며 5일 발표 예정인 KKR의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 서비스 및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사무직 전문가들에게 AI 기반 혁신이 가져올 위협이 커지고 있음을 부각시켰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최근 대학·경영대 졸업을 앞둔 입사 지원자들에게 자체 AI 어시스턴트 ‘릴리’(Lilli)를 사용해 시험을 치르도록 시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AI 사용 능력을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맥킨지는 업무 방식 변화에 맞춰 가장 발빠르게 채용 방식을 조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기업들도 유사한 채용 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앤스로픽발 2차 AI 충격에 대비해 서둘러 감원에 나서는 기업도 등장했다. 인사 관리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제공하는 워크데이는 이날 고객 지원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직원 400명을 줄이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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