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에 전화 돌린 시진핑…지지·견제 '양다리 외교'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05일, 오후 07:19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연초부터 각국 정상을 맞이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이어 통화하며 활발한 외교를 펼치고 있다. 최근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대만 문제 등 현안과 관련해 강력한 우방의 지지를 확인하면서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김해 국제공항 김해공군기지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AFP)
◇연초부터 바쁜 시진핑, 트럼프·푸틴 연달아 통화

5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저녁 푸틴 대통령 및 트럼프 대통령과 각각 화상 통화, 전화 통화를 진행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양측은 역사적 기회를 포착해 고위급 교류를 긴밀히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며 중·러 관계가 더 깊은 전략적 협력과 적극적이고 유망한 책임을 통해 올바른 길을 계속 발전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시 주석은 몇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중·미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새해에도 중·미 관계라는 거대한 배를 이끌고 폭풍을 헤쳐나가며 순조롭게 앞으로 나아가고 더 크고 좋은 일을 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 주석과 매우 훌륭하고 길며 심도 있는 전화 통화를 마쳤다”고 말했다. 중국은 올해 들어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등 세계 각국 정상을 맞이하고 있다. 이어 전날에는 트럼프 대통령, 푸틴 대통령과 연쇄 통화하며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보인 것이다.

중국 신화통신 계열 소셜미디어 계정(뉴탄친)도 “중국 국가원수가 같은 날 러시아와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처음”이라며 “전례 없는 외교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통화는 지난해 11월 24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중국은 그간 대만 문제와 베네수엘라 공습 등을 두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였다.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초청하면서 대화 신호도 계속 보내고 있다.

시 주석은 서방국 정상들과 일련의 회담을 마친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중국의 뜻을 강조함으로써 앞으로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가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임을 강조하며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게 부과했던 상호 관세와 수출 통제 등 경제무역 분야에서도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미·중 정상은 지난해 10월 30일 부산에서 만나 관세 부과와 수출 통제를 유예하는 등 합의를 이뤘으나 올해 이러한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시 주석이 같은 날 각별한 관계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화상 통화한 것은 지지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직면해 러시아는 유엔, 상하이협력기구, 브릭스 국가 등 다자간 플랫폼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계속 강화하고 국제 문제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을 의지가 있다”면서 시 주석에 힘을 불어넣었다.

지난 4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화상 통화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中 “국제사회 인정” 평가, 외신은 “불안정한 평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중국이 국제사회로부터 핵심적인 역할과 위상을 폭넓게 인정받고 있다면서 미국과도 상호 존중과 윈·윈 협력에 기반을 둬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중국은 미국과 정기적으로 고위급 소통을 유지하며 방향을 설정하고 오판을 방지하며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이 중국 측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할지는 확실치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중 정상 간의 통화는 백악관이 양국 관계에서 중국과 화해 분위기를 모색하는 가운데 이뤄졌으나 관세, 핵심 광물, 대만에 대한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전화 통화 소식을 전하면서 대만 문제를 비롯해 중국 측이 언급하지 않았던 무역, 군사 문제, 4월 중국 방문 일정,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을 둘러싼 상황 등 다양한 사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중국 측의 발표보다 미·중간 현안이 훨씬 더 많음을 암시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염려하고 있는 미국의 이란 압박도 또 하나의 현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잠재적 군사 공격에 대한 베이징과 모스크바의 우려는 새로운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베이징과 모스크바 모두에게 이란은 중동의 핵심축으로 (정세가)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시진핑과 트럼프가 무역 휴전을 체결한 이후 미·중 관계는 안정됐지만 중국이 전통적 미국 동맹국들과 무역 관계를 강화하려는 시도, 트럼프가 베네수엘라의 강력한 지도자이자 베이징 동맹인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한 것, 이란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 캠페인이 불안정한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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