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 없이 추락하는 비트코인, 6만5000달러선도 붕괴(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06일, 오전 05:2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비트코인이 6만5000선 아래로 급락하며 투자심리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레버리지 투자 청산과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겹치면서 매도세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촉발됐던 암호화폐 투기 열풍으로 쌓였던 상승분은 사실상 모두 소멸됐다.

비트코인은 5일 오후 3시 기준(미 동부시간) 24시간 전 대비 12% 넘게 급락한 6만42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10% 가까이 밀리며 6만5344달러까지 떨어져 2024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7만달러 선이 무너진 이후 매도 압력이 급격히 확대됐으며, 주간 기준 낙폭은 20%를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12만6000달러대) 대비 하락률은 48%에 달한다.

이번 급락은 지난해 내내 이어졌던 비트코인의 가파른 상승 흐름이 급격히 꺾였음을 보여준다. 암호화폐 친화적 성향의 공화당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투자자들이 비트코인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기업 주식 등으로 몰렸지만, 이달 들어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며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자 시장이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1월 중순 이후 비트코인은 급락세로 전환됐고, 환매 대응과 레버리지 포지션 정리를 위한 매도가 이어지며 하락이 자기강화적으로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7만달러가 핵심 심리적 지지선으로 인식돼 왔지만, 이 선이 붕괴되자 자금 이탈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자산 투자전문기업 코인쉐어스의 리서치 책임자 제임스 버터필은 “7만달러는 심리적으로 중요한 수준”이라며 “이를 지켜내지 못할 경우 6만~6만5000달러 구간으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최근 하락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던 서사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와도 맞물린다. 지정학적 긴장과 거시 불확실성 국면에서 비트코인은 금과 동조하지 못했고, 위험자산 선호 국면에서는 기술주와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며 독자적 헤지 수단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비트코인이 약 29% 하락한 반면, 금 가격은 같은 기간 69% 상승하며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도이치뱅크의 애널리스트 마리온 라보르는 “지속적인 매도 흐름은 전통적 투자자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을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전반적인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최근 베네수엘라, 중동, 유럽 등에서의 지정학·거시 변수 국면에서도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고, 실질적인 결제 수단으로서의 채택 역시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하락세는 알트코인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이번 주에만 20% 넘게 급락해 2022년 11월 이후 최악의 주간 성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고, 솔라나와 XRP 등 주요 알트코인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유동성이 낮은 중소형 토큰의 낙폭은 더 컸으며, 소형 디지털 자산을 추적하는 지수는 지난 1년간 약 70% 급락했다.

비트코인 1년간 가격 추이 (그래픽=코인데스크)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는 강제 청산과 ETF 자금 유출이 지목된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이번 주 들어 암호화폐 시장에서 청산된 롱·숏 포지션 규모는 20억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 역시 자금 흐름이 급격히 반전되며 지난 한 달 동안에만 약 20억달러가 순유출됐고, 최근 3개월 기준으로는 50억달러 이상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옵션 시장에서도 방어적 포지션이 강화되고 있다. 7만달러 부근 하락에 대비한 보호 수요가 급증했고, 6월 말 만기 중기물 계약에서는 미결제약정이 6만달러와 2만달러 수준에 집중되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 기관 투자자들의 변화도 뚜렷하다. 크립토퀀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관 수요가 의미 있게 반전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이맘때 미 현물 비트코인 ETF들이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2026년 들어서는 순매도 기조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365일 이동평균선을 2022년 3월 이후 처음으로 하회했으며, 이탈 이후 83일간의 하락률은 2022년 초 약세장 초기보다도 더 가파르다고 분석됐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변동성 확대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티그룹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주식시장 조정과 연쇄 청산이 맞물리며 암호화폐 하방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이 유동성과 자금 흐름에 의해 움직이는 자산으로 성격이 바뀌면서, 과거와 같은 ‘일방적 강세장’에 대한 기대는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평가다.

단기적으로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일각에서는 과도한 비관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마렉스의 일란 솔롯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당분간 약세 전망이 우세하지만 최악의 국면은 지나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역사적으로 이런 급격한 하락은 장기 투자자에게는 매수 기회로 인식돼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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