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차별 당했나”…美하원 법사위, 쿠팡에 증언 요청(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06일, 오전 11:3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차별 의혹에 대한 조사와 관련, 쿠팡 한국 법인의 임시대표인 해럴드 로저스 최고행정책임자(CAO) 겸 법무 총괄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법사위는 로저스 임시대표의 증언과 함께 쿠팡과 한국 정부 간 주고받은 모든 자료의 원본 제출을 요구했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자체 조사해 발표하는 과정에서 증거인멸 등 혐의로 고발된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으로 출석,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 법사위는 전날 로저스 임시대표에게 소환장을 보내 쿠팡과 한국 정부 간 소통 자료 제출 및 증언을 요청했다. 법사위는 성명에서 소환장 발부 사실을 알리며, 공화당 소속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과 스콧 피츠제럴드 국가행정·규제개혁·반독점 소위원장이 미국 혁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표적 조치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를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소환장에는 2020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쿠팡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국가정보원 등 한국 정부 기관 간에 주고 받은 모든 문서와 커뮤니케이션을 ‘편집되지 않은 원본 형태’로 제출하라는 요구가 담겼다.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쿠팡 측 주장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조던 위원장과 피츠제럴드 소위원장은 로저스 임시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난 몇달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기관들은 미국 기술기업들에 대한 차별적인 공격을 강화해왔으며, 이는 미국 시민들에게 형사고발을 위협하는 방식도 포함한다”고 지적했다.

두 위원장은 또 미국 기업을 공격하는 시도는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고 중국과 긴밀한 연계를 가진 기업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쿠팡을 표적으로 삼고 미국인 경영진을 기소할 가능성은 혁신적인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공세를 급격히 확대하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 디지털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차별적 대우와 불필요한 장벽 설치를 피하겠다는 최근의 약속과 정면 충돌한다”고 비판했다.

쿠팡은 이후 성명을 내고 “쿠팡은 소환장에서 요구하는 문서 제출과 증인 증언을 포함해 미 하원 법사위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하원 법사위는 정확한 청문회 개최 일정은 발표하지 않았으나, 오는 23일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저스 임시대표가 증언대에 서게 되면 한국에서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 정부를 대변하는 인사들은 즉각적인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이번주 미 의회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의원들이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 본부장에게 쿠팡에 대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고 보도했다. 쿠팡에 대한 차별대우 논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국산 제품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이후 더욱 부각됐다.

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소속 돈 바이어(버지니아) 하원의원은 “쿠팡이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JD 밴스 미 부통령도 블룸버그에 한국 정부의 쿠팡 제재를 미국의 기술 산업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공화당 소속 대럴 아이사(캘리포니아) 하원의원도 엑스(X·옛 트위터)에 “오랜 동맹국인 한국에 경고한다.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미국 기업과 그 직원들, 특히 쿠팡을 표적으로 삼는 행위는 의회도 대통령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블룸버그는 “쿠팡은 미국 내 직원 수가 1000명에 불과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도 했다. 워시는 2019년 10월부터 쿠팡의 미국 모회사인 쿠팡 아이앤씨의 사외이사를 맡아 왔다. 단순 이사가 아니라 쿠팡 기업지배구조위원장으로서 핵심 거버넌스를 설계해온 인물이다.

여 본부장은 회의에서 의원들의 비판을 단순한 오해라고 일축하며, 쿠팡에 대한 조사는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진 개인정보 유출 사태 처리를 위해 필요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도 성명을 내고 쿠팡 문제는 다른 한·미 통상 현안과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쿠팡은 워싱턴에서 ‘미국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하고 있다”며 “바이어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의 질문 공세 및 로저스 임시대표에 대한 소환장 발부는 지난 2년 동안 최소 550만달러를 쏟아부으며 미 정부 인사들을 쿠팡 편으로 끌어들인 로비 공세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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