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삼성전자(005930) 등을 포함한 ‘블룸버그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지수’는 같은 기간 160% 이상 급등했다. 메모리 제조업체들은 전례 없는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시장은 이제 어떤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거나 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혹은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설계 변경을 통해 이 압박을 가장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를 평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메모리 반도체 부족과 가격 문제는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콘퍼런스콜에서의 단골 주제가 됐다. 퀄컴은 메모리 공급 제약에 따른 생산 제한을 시사하면서 이달 5일 주가가 8% 넘게 급락했다. 닌텐도 역시 메모리 부족이 수익률을 압박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달 4일 도쿄 증시에서 1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스위스 주변기기 제조사 로지텍 인터내셔널은 칩 가격 상승으로 PC 수요 전망이 약화되면서 11월 고점 대비 주가가 약 30% 떨어졌다. 중국의 비야디(BYD), 샤오미 등 전기차 및 스마트폰 제조사 주가도 칩 부족 우려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메모리 부족 사태가 주가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로 옮겨가고 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비비안 파이 펀드 매니저는 “시장이 간과하고 있는 위험은 지속 기간”이라며 “현재의 밸류에이션은 대부분 이 혼란이 1~2분기 안에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지만 산업 전반의 공급 부족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설비 운용사)들의 대규모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메모리 칩 부족 사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AI 인프라 확충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으며, 이와 함께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디램, 낸드 등 다른 메모리 부문에서도 파급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통상적인 호황과 불황의 순환 패턴이 아닌 ‘슈퍼사이클’로 보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 디램 가격은 600% 이상 급등했는데,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같은 최종 제품 수요는 약한 상황이다. 대신 AI 수요가 낸드 칩과 기타 저장장치 제품에 대한 신규 수요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메모리 칩 제조사들은 승자가 됐다.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핵심 업체인 SK하이닉스(000660) 주가는 9월 말 이후 150% 이상 상승했다. 일본의 키옥시아와 대만의 난야 테크놀로지는 같은 기간 약 280%씩 올랐고, 미국의 샌디스크는 400% 이상 급등했다.
취리히 소재 GAM 인베스트먼트의 지안 시 코르테시 펀드매니저는 “역사적으로 메모리 사이클은 보통 3~4년 지속됐다”며 “이번 사이클은 기간과 규모 면에서 이미 과거를 넘어섰지만 아직 수요 모멘텀이 약해지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