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국채시장이 경기 둔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12월 소매판매가 보합에 그치며 연말 소비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은 것으로 나타나자, 국채 가격이 급등(금리는 하락)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한 소매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12월 미국 소매판매는 보합에 그쳤다. (사진=AFP)
소비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미 경제 성장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고, 올해 기준금리와 인플레이션 경로가 기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보합(0.0%)을 기록했다. 이는 11월의 0.6% 증가 이후 증가세가 멈춘 것으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0.4%)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 역시 보합에 그쳐 예상치(+0.3~0.4%)에 미치지 못했다.
연간 기준 소매판매 증가율은 2.4%로, 11월(3.3%)에서 뚜렷하게 둔화됐다. 이는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2.7%)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실질 소비 증가세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관세 부담과 고물가, 악천후에 따른 생활비 압박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득 계층별 소비 격차도 재차 부각됐다. 주식시장 강세의 수혜를 입은 고소득층 소비는 상대적으로 견조했지만, 임금 상승세가 제한적인 중·저소득층의 재량 소비는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총생산(GDP)에 직접 반영되는 ‘컨트롤 그룹’ 소매판매는 12월에 0.1% 감소해 시장 예상(+0.4%)과 달리 뒷걸음질쳤다. 이 지표는 음식 서비스, 자동차, 건축자재, 주유소를 제외한 핵심 소비를 반영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추적 모델(GDP나우)은 앞서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을 연율기준 4.2%로 예상했지만, 이번 소매판매 지표를 반영해 3.7%로 낮춰 잡았다. 소비는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제이 햇필드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가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는 완전히 빗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4.4%로 상향 조정되면서, 강한 성장세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여지를 제한할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퍼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도 통화정책 기대가 달라졌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거래자들은 다음 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21.7%로 반영했다. 이는 하루 전 17.2%에서 상승한 수치다.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2월 소매판매는 매우 부진했다”며 “일부 고소득층은 연말까지 소비를 이어갔지만, 대다수 소비자는 신용과 저축을 활용하며 지출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