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연말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상승 흐름이 주춤했다. 소비 둔화가 확인되자 국채 금리는 하락하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미 국채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오후 4시 기준 글로벌 국채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5.5bp(bp=0.01%포인트) 하락한 4.143%로 내려가 약 4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30년물 금리도 6.6bp 내린 4.784%로, 1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미국의 소비 둔화조짐이 뚜렷해지면서 미 경제 성장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고, 올해 기준금리와 인플레이션 경로가 기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은 탓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보합(0.0%)을 기록했다. 이는 11월의 0.6% 증가 이후 증가세가 멈춘 것으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0.4%)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 역시 보합에 그쳐 예상치(+0.3~0.4%)에 미치지 못했다.
연간 기준 소매판매 증가율은 2.4%로, 11월(3.3%)에서 뚜렷하게 둔화됐다. 이는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2.7%)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실질 소비 증가세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관세 부담과 고물가, 악천후에 따른 생활비 압박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총생산(GDP)에 직접 반영되는 ‘컨트롤 그룹’ 소매판매는 12월에 0.1% 감소해 시장 예상(+0.4%)과 달리 뒷걸음질쳤다. 이 지표는 음식 서비스, 자동차, 건축자재, 주유소를 제외한 핵심 소비를 반영한다.
이에 따라 대형 유통업체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코스트코(-2.7%)와 월마트(-1.8%) 주가는 하락했다.
월가에서는 4분기 성장률 전망이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추적 모델(GDP나우)은 앞서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을 연율기준 4.2%로 예상했지만, 이번 소매판매 지표를 반영해 3.7%로 낮춰 잡았다.
BMO캐피털마켓의 베일 하트먼은 “2025년 말 소비 모멘텀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약했다”며 “2026년 성장률 추정치에 덜 우호적인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토로증권의 브렛 켄웰은 “이번 지표는 재앙은 아니지만, 노동시장 불안과 자산시장 변동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결코 건설적인 신호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시장 시선은 11일 발표될 1월 고용보고서와 14일 공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쏠려 있다. 시장은 1월 비농업 고용이 6만8000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실업률은 4.4%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례 고용 통계 수정 과정에서 지난해 고용 규모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종별로는 금융주와 일부 소프트웨어 종목이 압박을 받았다. AI 기반 세무·자산관리 자동화 도구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자산관리 비즈니스 모델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찰스슈왑(-7.3%)·레이먼드 제임스(-8.8%)·LPL파이낸셜(-8.3%) 등 주요 자산관리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비상장 핀테크 알트루이스트가 공개한 새 AI 툴이 금융자문 업무의 효율화를 넘어 수수료 압박과 시장 점유율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투자자 매도를 촉발했다. 최근 급락 이후 반등하던 소프트웨어주 중심 상장지수펀드(ETF) ‘i셰어즈 확장 테크·소프트웨어 섹터’(IGV)도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한 후 0.4% 상승 마감했다.
반면 일부 투자은행은 최근 소프트웨어주 급락이 과도했다고 평가한다. JP모간은 “AI로 인한 단기적 교란 가능성이 지나치게 반영됐다”며 포지션 조정 이후 반등 여지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도 “AI 테마 전반에 대한 지나치게 포괄적인 비관론이 형성됐다”며 “승자와 패자가 갈리겠지만 많은 기업이 적응하며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현재를 상승장 이후의 ‘조정·정체 국면’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XS닷컴의 안토니오 디 지아코모는 “기업 실적에 대한 낙관과 경기 둔화 우려가 균형을 이루며 지수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