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사진=AFP)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전장 대비 0.10% 오른 5만188.14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 지수는 0.33% 빠진 6941.80을,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지수도 0.59% 내린 2만3102.47에 장을 마쳤다. 다우지수는 소폭이나마 오르며 사흘 연속 최고치 경신은 이어갔다. 월가에서는 현재를 상승장 이후의 ‘조정·정체 국면’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XS닷컴의 안토니오 디 지아코모는 “기업 실적에 대한 낙관과 경기 둔화 우려가 균형을 이루며 지수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미 국채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오후 4시 기준 글로벌 국채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5.5bp(bp=0.01%포인트) 하락한 4.143%로 내려가 약 4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30년물 금리도 6.6bp 내린 4.784%로, 1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미국의 소비 둔화조짐이 뚜렷해지면서 미 경제 성장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고, 올해 기준금리와 인플레이션 경로가 기존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은 탓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보합(0.0%)을 기록했다. 이는 11월의 0.6% 증가 이후 증가세가 멈춘 것으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0.4%)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 역시 보합에 그쳐 예상치(+0.3~0.4%)에 미치지 못했다.
연간 기준 소매판매 증가율은 2.4%로, 11월(3.3%)에서 뚜렷하게 둔화됐다. 이는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2.7%)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실질 소비 증가세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관세 부담과 고물가, 악천후에 따른 생활비 압박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총생산(GDP)에 직접 반영되는 ‘컨트롤 그룹’ 소매판매는 12월에 0.1% 감소해 시장 예상(+0.4%)과 달리 뒷걸음질쳤다. 이 지표는 음식 서비스, 자동차, 건축자재, 주유소를 제외한 핵심 소비를 반영한다.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제이 햇필드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가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는 완전히 빗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4.4%로 상향 조정되면서, 강한 성장세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여지를 제한할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퍼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비 둔화세가 나타나면서 대형 유통업체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코스트코(-2.7%)와 월마트(-1.8%) 주가는 하락했다.
월가에서는 4분기 성장률 전망이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추적 모델(GDP나우)은 앞서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을 연율기준 4.2%로 예상했지만, 이번 소매판매 지표를 반영해 3.7%로 낮춰 잡았다.
BMO캐피털마켓의 베일 하트먼은 “2025년 말 소비 모멘텀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약했다”며 “2026년 성장률 추정치에 덜 우호적인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토로증권의 브렛 켄웰은 “이번 지표는 재앙은 아니지만, 노동시장 불안과 자산시장 변동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결코 건설적인 신호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시장 시선은 11일 발표될 1월 고용보고서와 14일 공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쏠려 있다. 시장은 1월 비농업 고용이 6만8000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실업률은 4.4%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례 고용 통계 수정 과정에서 지난해 고용 규모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AFP)
금리선물 시장에서도 통화정책 기대가 달라졌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거래자들은 다음 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21.7%로 반영했다. 이는 하루 전 17.2%에서 상승한 수치다.
다만 연준 내에서는 금리인하에 대한 신중론이 여전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내 매파 성향 인사인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나란히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동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두 총재는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의 뚜렷한 약화가 나타나지 않는 한 추가 금리 인하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연준의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해맥 총재는 이날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준금리를 미세 조정하려 하기보다는 최근 금리 인하의 영향을 평가하고 경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지켜보는 데 인내심을 갖는 편이 낫다”며 “내 전망에 따르면 금리를 꽤 오랫동안 동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재확산을 경계하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에서 줄곧 신중한 접근을 주문해 왔으며, 2025년 말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 이후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한 결정도 지지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댈러스 연은)
로건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수렴하고 노동시장이 안정적이라면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는 연준의 이중 책무를 달성하는 데 적절하며 추가 금리 인하는 필요 없다는 판단에 이를 것”이라며 “다만 인플레이션 둔화와 함께 노동시장이 더 의미 있게 냉각된다면 추가 인하가 적절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FOMC에서 투표권을 가진 로건 총재는 2025년 말까지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 이후 지난 1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결정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0월과 12월에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노동시장은 균형 상태라며 금리 인하에 반대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로건 총재는 최근 약 6개월간의 고용 증가 속도가 인구 증가와 일자리 창출이 맞물리는 손익분기점 수준에 근접해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2% 목표로 완전히 복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 전적으로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엔 AI, 금융자문시장 잠식 우려…찰스슈왑 7.3% 급락
업종별로는 금융주와 일부 소프트웨어 종목이 압박을 받았다. AI 기반 세무·자산관리 자동화 도구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자산관리 비즈니스 모델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찰스슈왑(-7.3%)·레이먼드 제임스(-8.8%)·LPL파이낸셜(-8.3%) 등 주요 자산관리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비상장 핀테크 알트루이스트가 공개한 새 AI 툴이 금융자문 업무의 효율화를 넘어 수수료 압박과 시장 점유율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투자자 매도를 촉발했다. 최근 급락 이후 반등하던 소프트웨어주 중심 상장지수펀드(ETF) ‘i셰어즈 확장 테크·소프트웨어 섹터’(IGV)도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한 후 0.4% 상승 마감했다.
반면 일부 투자은행은 최근 소프트웨어주 급락이 과도했다고 평가한다. JP모간체이스 전략가들은 “AI로 인한 단기적 혼란을 시장이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주 반등 가능성을 제기했다. 뉴욕라이프인베스트먼츠의 로런 굿윈은 “AI 장기 투자 논리는 훼손되지 않았고, 구리 가격 상승과 중소형주·금융주 강세 등은 경기 회복 신호”라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도 “AI 테마 전반에 대한 지나치게 포괄적인 비관론이 형성됐다”며 “승자와 패자가 갈리겠지만 많은 기업이 적응하며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3일만에 하락…WTI 64달러
국제유가는 3거래일 만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0.4달러(0.62%) 밀린 배럴당 63.96달러에 마감했다. 12월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자 글로벌 원유 수요 전망이 약화됐고, 위험자산 전반의 차익 실현 움직임도 유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