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100년만기 회사채 '대흥행'…발행규모 10배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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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2월 11일, 오전 07:28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 차원에서 발행에 나선 100년 만기 회사채에 투자자 주문이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초장기 채권이라는 선택을 통해 AI 투자를 단기 사이클이 아닌 장기 인프라 경쟁으로 끌고 가겠다는 알파벳의 베팅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에서 안드로이드 캐릭터가 전시돼 있다. (사진=AFP)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알파벳은 100년 만기 파운드화 회사채 10억파운드(약 2조원) 발행에 대해 약 95억파운드의 매수 주문을 확보했다. 이는 발행 규모의 약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알파벳은 이번에 총 55억파운드(약 75억달러) 규모의 파운드화 채권을 5개 트랜치로 나눠 발행했으며, 이 가운데 100년물이 가장 많은 수요를 끌어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알파벳은 전날에도 달러화 채권을 통해 200억달러를 조달한 데 이어 스위스프랑과 파운드화 시장까지 활용하며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공격적인 차입에 나서고 있다. 알파벳이 이번에 조달하게 될 전체 부채 규모는 약 320억달러(약 46조6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 100년물은 닷컴 버블 이후 기술기업이 발행한 채권 가운데 가장 긴 만기로, 시장에서는 1997년 모토로라 이후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종 발행 금리는 영국 국채(길트) 대비 120bp(1bp=0.01%포인트)로, 당초 제시됐던 145~150bp에서 크게 낮아졌다. 신용등급은 AA+로 예상되며, 이는 영국 정부의 신용등급보다 높은 수준이다.

초장기 채권인 100년물은 전통적으로 정부나 공공 인프라 기업처럼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발행자가 주로 활용해왔다. 파운드화 기준으로 100년물 채권을 발행한 사례는 옥스퍼드대, EDF, 웰컴 트러스트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최근에는 생명보험사와 연기금, 대학 기금 등 초장기 부채를 보유한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루이스트 증권의 피어스 로넌 부채자본시장 담당은 “발행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듀레이션 위험이 30년물보다 크게 높지 않다는 점에서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알파벳의 선택을 AI 투자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한다. 막대한 AI 투자 자금을 감당하기 위해 투자자 기반을 의도적으로 분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달러 시장에 반복적으로 대규모 물량을 내놓으면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파운드화와 스위스프랑 시장까지 활용해 조달 창구를 넓히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파운드화 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금리가 낮아 100년물 발행이 상대적으로 비용 효율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채권 발행은 AI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조달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평가된다.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주요 기술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최소 6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부분이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에 투입될 전망이다.

다만 막대한 AI 투자에 비해 수익성과 생산성 개선 효과가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알파벳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1.8%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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