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 안 팔리는데 4만원 샐러드 불티…美 ‘K자형’ 소비 심화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11일, 오후 07:11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반면 부유층을 상대로 한 고급 식재료 마트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저소득층과 부유층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이른바 ‘K자형 경제’가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문승용 기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낮은 운영비를 들여 저렴한 식사를 제공하는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 사업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식품과 에너지, 인건비가 상승한 반면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저소득층이 패스트푸드 외식 대신 ‘집밥’을 해먹기를 선택하면서다.

시장조사기관 블랙박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년대비 방문객 수가 증가했다고 응답한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9%에 불과해 전체 레스토랑 브랜드의 응답률 27% 비해 저조했다.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이 저소득층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통상 10달러(약 1만 4500원) 안팎인 세트메뉴 가격 인상을 자제하면서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는 3개 분기 연속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감소해 미 전역에서 수백 곳의 매장을 폐쇄했다. 잭인더박스는 2개 분기 연속 매출이 줄어들었다. 피자헛도 8개 분기 연속 동일매장매출이 감소해 매각 위기에 놓였다. 맥도널드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저소득층의 매장 방문 횟수가 10% 이상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소득층이 외식 소비를 줄인 것은 외식비가 식료품 물가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한 영향도 있다. 블랙박스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식품 물가는 30% 상승했지만 외식 비용은 52% 급등했다.

미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의 햄버거 세트. (사진=AFP)
반면 고급 유기농 식재료 마트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메도우 레인·버터필드 마켓·에레혼 등의 고급 식료품점이 인기다.

이들 식료품점은 치킨너겟을 15달러(약 2만 1000원)에, 스무디를 21달러(약 3만원), 오트 밀크 한 병을 15달러, 테이크아웃 샐러드를 26달러(약 3만 8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고소득층뿐 아니라 소셜미디어(SNS)의 유행에 민감한 MZ세대, 인플루언서, 유기농 식품 섭취를 중요시하는 주부 등이 주 고객이다.

마리온 네슬 뉴욕대 영양학과 명예교수는 “고소득·고학력 계층은 전체 계층 가운데 가장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에게 음식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과거 경기 침체기에는 고소득층이 패스트푸드와 같은 저렴한 식당으로 갈아타 저소득층의 매출 감소를 상쇄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현상이 관찰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라 레나토레 뱅크오브아메리카 외식 업종 수석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나타났던 것처럼 부유층이 더 저렴한 외식 옵션을 택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저소득층의 생계 부담이 커지면서 패스트푸드 매출이 감소하는 반면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체들은 주식 시장 호황 등을 배경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 경제의 양극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미국 고급 식재료 마트 에레혼.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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