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트럼프 정부와 새 갈등 국면…보수 콘텐츠 검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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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2월 12일, 오후 03:15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새로운 갈등 국면에 직면했다. 애플의 뉴스 플랫폼에서 진보 성향 매체를 우선 노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팀쿡(왼쪽)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앤드루 퍼거슨 위원장은 이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보수 성향 콘텐츠를 억압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그는 서한에서 보수 성향 언론 감시단체인 ‘미디어 리서치 센터’(MRC) 보고서를 언급하며 애플이 뉴스 피드에서 “좌파 언론 매체를 홍보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올해 1월 한 달 동안 애플 뉴스 피드에 게재된 상위 620개 기사에 폭스뉴스, 더 데일리 메일, 브레이트바트 등과 같은 우익 성향 매체가 단 한 번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퍼거슨 위원장은 “이런 보고서는 애플 뉴스가 약속한 약관과 소비자에 대한 설명, 그리고 수천만 미국인 사용자들의 합리적 기대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지와 관련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이념적·정치적 관점에 따라 뉴스 기사를 억압 혹은 홍보하는 모든 행위와 관행은, 기업의 소비자 오도를 금지하는 미국 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애플은 서비스 약관에 대한 포괄적인 검토를 실시하고, 콘텐츠 큐레이션(선별·편집·추천)이 약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브렌던 카 위원장은 이날 퍼거슨 위원장의 대응을 환영하며 “애플은 FTC법을 위반하면서 보수 견해를 억압할 권리가 없다”고 거들었다. 카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로 빅테크 비판론자로 잘 알려져 있다.

두 위원장의 애플에 대한 ‘공개 질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MRC 보고서를 공유한 바로 다음 날에 나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해당 보고서를 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빅테크의 플랫폼이 보수 성향 메시지를 검열한다고 반복적으로 비난해 왔으며, 애플과의 갈등 역시 새로운 일은 아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애플이 중국과 인도에 생산을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비판해 왔다.

다만 지난해 8월 쿡 CEO가 백악관을 직접 방문해 관계 회복 노력을 기울인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거나 공격하는 횟수가 줄었다. 당시 쿡 CEO가 4년 간 미국 내 60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한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을 관세 대상에서 예외로 두겠다는 합의로 화답했다.

이후 애플의 정치적 리스크가 줄었다는 견해가 확산했으나 FT는 “이번 퍼거슨 위원장의 서한은 최근 애플과 트럼프 행정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됐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 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슈퍼볼)에서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명 팝가수 ‘배드 버니’가 하프타임 쇼를 공연한 것도 양측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이다.

배드 버니는 올해 그래미 수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공개 비판한 데 이어,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노래를 불러 논란을 촉발했다. 앞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편향적인 진보 채널”이라고 비난해온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 뮤직은 배드 버니가 출연한 하프타임 쇼를 후원해 반(反)백악관(anti-White House) 성향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또한 쿡 CEO는 지난 7일 X에 배드 버니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 뮤직이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후원한 것에 대해 강력 비판하고, 배드 버니의 하프타임 공연에 대해서도 “미국의 위대함에 대한 모욕”이라고 맹비난했다.

퍼거슨 위원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직접 임명한 인물로, 지난해 2월 ‘빅테크 검열 조사’를 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FTC 내 민주당 측 위원 2명을 축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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