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조각씩 빼갔다"…중국이 美·유럽에서 비행기를 훔친 방법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13일, 오후 05:05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이 서방 항공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수년에 걸쳐 산업 스파이들을 동원해 ‘한 조각씩’ 항공산업 기밀을 훔쳐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상용항공기공사의 C919 항공기. (사진=AFP)
항공기 동체부터 보조동력장치, 온도·압력·유체 센서, 항법 및 고도 시스템 등은 물론 가장 핵심적인 제트 엔진이나 점화 플러그까지 부위별로 기밀을 빼낸 뒤 축적해왔다는 것이다. 자체 상용 항공기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기밀 확보가 목적으로, 기밀 탈취 임무는 중국 국가안전부(MSS)내 특수 부서인 ‘제6국’에 맡겨졌다.

MSS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기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일부 추정치에 따르면 직원 수는 수십만명에 달한다. 이는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의 인력을 합친 것보다 많다.

미국 정보당국에 따르면 MSS의 산업 스파이 활동 대상은 현대 여객기 공급망 전반에 걸쳐 있다. FBI는제6국을 겨냥해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FBI가 수집한 증거에 따르면 보조동력장치(APU) 주요 제조사인 허니웰 인터내셔널에서 근무하던 애리조나 소재 한 엔지니어는 20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중국을 방문하며 엔지니어링 설계도 등 기밀 정보를 중국 정부에 제공했다. APU는 항공기 꼬리 부분에 장착되는 소형 엔진으로, 지상에 있을 때 전력을 공급한다.

2023년부터 C919 항공기로 국내선 운항을 시작한 중국 상용항공기공사(CCCC)는 보잉과 에어버스의 양강 구도를 깨고 유럽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기체(동체) 인증을 추진해왔다. 블룸버그는 신원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중국의 유럽 진출 시도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스파이 및 정보 요원들을 특정했다고 전했다.

날개에 내장된 고양력 장치(플랩 컨트롤러)는 이 시스템을 전문으로 하는 한 영국인 엔지니어가 중국 스파이들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FBI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기술은 이륙시 상승 각도를 조절하는 플랩을 제어한다.

안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폭장치 및 점화 플러그 기술은 중국 스파이와 연계된 해킹 세력이 관여했다. 크기가 작은 특수 부품이어서 기술 탈취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 제조사인 퍼시픽 사이언티픽 에너제틱 머티리얼즈가 타깃에 포함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항공 안전 시스템은 이들 장치를 활용해 소화기를 작동시키고 비상 탈출 슬라이드를 팽창시키며 비상 상황에서 제트 엔진을 점검한다.

항공기 전체에 배치된 온도·압력·유체 센서들은 잠재적으로 위험한 수치를 감지하기 위해 각종 시스템을 모니터링한다. FBI 파일과 민간 보안 연구진 정보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에 본사를 둔 아메텍이 중국 해킹 세력의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이 회사 제품에 항공기 엔진용 센서가 포함돼 있다.

항법 및 고도 시스템은 항공기의 좌표, 속도, 고도 등 비행과 안전에 중요한 세부 정보를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FBI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표적 중 하나는 이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보잉의 수석 엔지니어였다.

제트 엔진 기술은 중국 스파이들의 가장 큰 목표였다.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기술적으로 진보한 기계로 꼽히는 만큼 보안이 철저한 데다, 미국과 유럽이 항공산업을 주도하는 핵심 배경이기 때문이다. FBI는 중국 스파이들이 제너럴일렉트릭(GE), 프랑스의 사프란 등을 표적으로 삼은 뒤, 자국 엔지니어들이 경쟁 엔진을 설계·제작하는 것을 도운 정황을 밝혀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비난은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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