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뒤진 美자동차산업 숨통…중간선거 앞두고 성장률 UP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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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2월 13일, 오후 05:51

[이데일리 임유경 김형욱 이윤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온실가스 규제 근거를 폐기한 것은 “기후 변화 위기는 사기”라는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 동시에 화석연료 중심 산업과 자동차 등 제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로 우리 정부와 기업은 단기적으로 제한적인 영향을 받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온실가스 규제 근거를 폐기하기 위해 성명 발표 전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9년 내려진 위해성 판단은 미국 자동차 산업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소비자 가격을 급등시킨 재앙적인 정책”이라며 철회 방침을 밝혔다.(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2009년 내려진 위해성 판단은 미국 자동차 산업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소비자 가격을 급등시킨 재앙적인 정책”이라며 철회 방침을 밝혔다. 이번 발표는 전통 산업의 규제 준수 비용을 낮추고 인공지능(AI) 산업 등에 저렴한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를 무제한 공급함으로써 경제 성장률을 높이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미국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했고 태양광·풍력·전기차에 대한 주요 세액공제도 폐지했다.

이번 조치는 특히 포드·GM 등 내연기관 중심의 미국 자동차 제조사의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이들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너럴모터스(GM)는 76억 달러(약 11조 원), 포드는 195억 달러(약 28조 6000억 원)를 손실 처리했다. 리 젤딘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위해성 판단 이후 도입한 경·중·대형 차량의 모든 온실가스 배출 기준도 폐지했다”며 “이제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중심으로 차량 구성을 전환하라는 압박을 받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트럼프 정부의 조치로 자동차 산업에 끼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기차용 배터리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상당국 한 관계자는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 정부 기준이 별개로 있고 캘리포니아주 등 다수 주가 자체적으로 엄격한 환경기준을 유지하고 있어 우리 기업으로선 기존 환경 규제에 맞출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 산업에는 당장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다만 미국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 둔화한다면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더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계도 일단은 단기적으로 미칠 영향이 미미하겠다고 내다봤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는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모두 생산하는 구조여서 정책 변화에 따른 큰 타격은 없을 것이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어제오늘 급작스럽게 나온 것이 아닌데다 생산라인도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어 수요 변화에 따라 생산 비중을 조절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이번 조치를 통해 내연기관차 제조사나 화석연료 제조 업계의 이익을 만들 수는 있지만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산업에는 후퇴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가 기반이 되는 자율주행차 시장 경쟁에서 3년가량 미국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늦어지면 중국보다 장기적인 경쟁력이 더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학업계 역시 당장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미국의 규제 완화가 지속한다면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공업과 전자업계에서도 미국의 온실가스 규제 근거 폐지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봤다. 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미국이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을 철회하더라도 국내 석유화학 기업에 미치는 당장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기업 대부분은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인 만큼, 한국 배출권거래제와 앞으로 NDC 2035 목표 상향에 따른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는다”고 분석했다. 다만 글로벌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은 이미 기후·에너지 규제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큰 편이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선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 있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이런 가운데 미국이 자국 산업에 대한 온실가스 규제를 완화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기업의 상대적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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