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찾은 중국 남부 광저우 짠시루 한 쇼핑몰 매장에 명품 가품 가방들이 전시돼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다른 매장에선 비슷한 크기의 미우미우 손가방을 1800위안(약 37만70000원)에 판다고 했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훨씬 싼 가격이긴 했다.
작은 가방 안을 열어보니 직원이 친절하게 “안에 정품 보증서가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안에는 마치 진품처럼 더스트백과 보증서 등이 차곡차곡 들어있었다. ‘실제로 사용할 수도 없는 건데 이걸 설명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으나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샤넬 손가방의 가격을 검색하니 100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제품들이 줄줄이 나왔다. 물론 전문가들이 보기에 광저우에서 파는 8만원짜리 손가방이 진품과 비슷할 리 없었다.
진짜 제품과 비슷한 S급은 ‘비밀의 방’에 들어가야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광저우에서 만난 한 중국인 가이드 손모씨는 “쇼핑몰 매장 안에 거울이나 장식장을 조작하면 문이 열리면서 안에 자리잡은 또 다른 매장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일반 관광객을 아무나 들이진 않고 거래가 많은 우수 고객만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아쉽게도 비밀의 방을 보진 못했으나 지금껏 보지 못한 명품 브랜드(물론 가품)를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지난 8일 찾은 중국 남부 광저우 짠시루 한 쇼핑몰 매장에 의류와 신발들이 전시돼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상대적으로 가방을 팔고 있는 매장에 고객이 많은 편이었다. 샤넬, 미우미우는 물론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고급 명품 브랜드가 박힌 가방들이 진열돼 있었다. 발망 같은 티셔츠를 100위안(약 2만1000원)에 파는데 이런 티셔츠를 3개 사면 200위안(약 4만2000원)에 주겠다는 파격 제안도 있었다.
쇼핑몰 내부는 상대적으로 보안(?)이 엄격했다. 친구에게 보여줘야 살 수 있으니 제품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사진은 안된다. 지금 영상 통화를 하라”고 방법을 알려줬다. 몰래 사진을 찍으려고 해도 앞뒤 매장 직원들의 눈초리가 느껴지기도 했다.
눈에 띈 것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꽤 북적였다는 점이다. 사용하는 언어를 미뤄봤을 때 아프리카나 중동, 동남아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관광객들이 바쁘게 오가면서 제품을 구경하며 흥정하고 있었다. 짠시루에서 가장 커 보이는 쇼핑몰 중 한 곳 외벽에는 ‘세계 여러분 환영한다’(Welcome, World)라는 문구가 적혀있기도 했다.
중국 남부 광저우 짠시루 시장 앞이 관광객 등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광저우의 짠시루 가품 시장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곳이고 지금도 관광 코스 중 하나로 여겨진다. 코로나19 등을 겪으며 주춤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활발한 유동 고객을 자랑하며 광저우 산업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었다.
광저우는 제조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시로 이중 섬유·의류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광저우의 중다시장은 국내외 바이어가 몰리는 대표적인 유통 거점이다. 현지 한국 무역관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원단을 사기 위해 많은 바이어들이 찾는 곳”이라고 전했다.
섬유·의류 산업이 이미 성장한 광저우에 왜 가품 시장이 크게 형성됐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각종 명품 브랜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초과 생산 물량이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과 관세 갈등을 겪던 중국이 ‘사실 미국에서 만드는 브랜드 제품들은 모두 중국에서 더 싼 가격에 만들어 팔 수 있다’고 저격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한 사례이기도 하다.
저렴한 가격에 파는 제품의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라는 시각도 있다. 흔히 알테쉬(알리·테무·쉬인)으로 불리는 중국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은 상당수 제품을 광저우에서 공급하는데 이들 플랫폼이 구매하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제품을 파면 팔수록 손해인데 대형 플랫폼을 저버릴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거래하는 업체도 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했다.
결국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선 관광객 같은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명품 브랜드를 얹어서 좀 더 비싼 가격에 팔면 마진이 더 남을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에서 볼 수 있는 이면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중국 광저우 짠시루 시장에 위치한 쇼핑몰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