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일본은 비정규직이 2024년 2126만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37%에 달한다. 50대에 접어든 취업 빙하기 세대가 저임금 비정규 노동에 장기간 묶여 있는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침 개선에 나선 것이다.
지난 2020년 개정된 파트타임·유기고용노동법과 노동자파견법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합리한 처우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 법에선 시행 5년 뒤 규정 내용을 재검토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후생노동성 노동정책심의회 동일노동임금 소위원회는 지난해 2월부터 법 개정을 검토했다.
그러나 불합리한 처우 차별을 둘러싼 소송에서 입증 책임을 노사 중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쟁점을 놓고 의견이 갈리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후생노동성은 법 개정 대신, 전국 노동국이 행정지도 기준으로 활용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정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말 개정안을 확정했다.
새 가이드라인에는 근무 실태가 유사한 경우 비정규직에게도 지급을 검토해야 할 항목으로 상여금과 퇴직수당, 각종 수당은 물론 복리후생 시설 이용, 병가와 계절 휴가, 포상까지 폭넓게 포함됐다.
또한 어떤 경우에 수당 미지급이 문제가 되는지, 문제가 되지 않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법적 해석과 유의사항을 제시했다. 기업들이 고용 형태를 이유로 한 불합리한 처우 차이를 보다 명확히 점검하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이는 2018년 이후 최고재판소의 사법적 판단을 대거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최고재판소는 하마쿄 렉스와 나가사와 운수, 일본우편, 메트로커머스 등의 소송에서 수당 미지급의 위법성을 인정하거나 합법·위법을 가르는 판단 기준을 제시해 왔다. 새 가이드라인은 이들 판례에서 다뤄진 항목을 사실상 그대로 채택한 셈이다.
다만 이번 개정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판례를 비교적 충실히 따르던 후생노동성이 법원 판단과는 다른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정규직의 수당이나 임금을 삭감하고, 이를 비정규직 수준에 맞춰 동일하게 만드는 이른바 ‘하향 평준화’ 방식을 부정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정규직 처우를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통해 실현돼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이드라인 차원에서 분명히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으로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기간제 노동계약 기간이 총 5년에 도달하게 되면 비정규직 근로자가 회사에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이 권리를 행사하면 계약기간이 없는 무기고용 근로자가 된다.
문제는 이 시점부터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 해당 근로자는 더 이상 ‘파트타임·유기고용노동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법은 기간제·단시간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이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무기계약직이 될 경우 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정규직과의 처우 격차를 시정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는 이른바 ‘법의 공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