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모습만 찍었을 뿐인데"…직장인 인플루언서가 뜬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2월 15일, 오전 07:0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온라인에서 ‘코퍼릿 나탈리’(Corporate Natalie)로 알려진 나탈리 마셜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회사 생활의 부조리함을 풍자했다. 회사의 거짓말, 회사의 위험 신호, 직장 생활에서만 쓰이는 은어 등을 소개하고, 근무하면서 겪는 촌극 영상을 만들었다. 그의 영상은 틱톡에서 5000만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후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인플루언서·크리에이터 전문 가상 비서(VA) 회사를 공동 창립했다.

9시부터 17시(오후 5시)까지 일하는 사무직 근로자들이 콘텐츠 제작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9 to 5’ 인플루언서다.

(사진=loewhaley 틱톡 계정 캡처)
1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소셜미디어(SNS)가 일상에 깊숙하게 침투하면서 ‘9to5’, ‘CorporateTikTok’ 등과 같은 해시태그는 콘텐츠 창작 영역에서 또다른 ‘틈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해시태그로 생성된 영상들만 100만개 이상에 달한다며 “은행원, 마케터, 변호사 등 칸막이 벽 너머의 세상을 엿보게 해주는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직장 생활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같은 사무직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이메일에 파묻혀 사는 일상을 보여주는 등 사소한 영상일 뿐인데도, 같은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회사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Z세대 역시 해당 영상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부연했다.

팔로워가 늘고 인기가 높아지면서 회사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거나, 콘텐츠 제작자 또는 인플루언서로 아예 전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라라 소피 보투어는 2021년 2월 딜로이트 독일에서 이노베이션 컨설팅 부서의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즉 일반 직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본인이 올린 링크드인 포스트가 바이럴을 타면서 팔로워와 영향력이 급격히 커졌고, 이를 지켜본 딜로이트 파트너가 “풀타임으로 해보라”고 제안해 2022년 ‘사내 전담 인플루언서’라는 신규 직무까지 만들어졌다.

이후 그는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스마트 제조, 스마트 모빌리티 등의 분야를 담당하는 사내 전문과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객들이 관련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전달하는 일을 맡았다.

고객들 중엔 연령대가 많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보투어는 큰 성공을 거뒀고, 그의 링크드인 계정은 연간 1300만달러(약 188억원)의 광고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추산됐다. 보투어는 지난해 딜로이트를 떠나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다수 9 to 5 인플루언서들은 회사 브랜드가 아닌 본인의 개인 브랜드를 키우려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두었다가 되레 실패한 경우도 있다. 틱톡에서 200만 팔로워를 보유한 코너 허버드는 정규직 애널리스트를 그만두고 전업 인플루언서가 됐다. 하지만 더이상 공감을 얻지 못해 수많은 팔로워를 잃었다.

한 틱톡 이용자는 “그들은 9시부터 5시까지의 일상 자체가 콘텐츠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사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외로움을 덜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런 콘텐츠가 사라지는 순간 시청자도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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