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반만 해도 10년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15년을 모아도 부족해요. 정부가 세금도 올리고, 대출도 막고, 온갖 규제를 다 했는데 집값은 오히려 더 올랐죠.”
우리나라도 어쩌면 지난 20년간 캐나다, 베를린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수요를 억제하고 가격을 통제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서울의 주택가격소득비율(PIR)은 10배를 훌쩍 넘어섰고, ‘내 집 마련’은 꿈이 됐다.
서울 도심 주택가의 모습.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2005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도입 이후 우리나라 주택 정책은 수요 억제에 집중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 전월세상한제 도입까지 이어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율과 규제 강도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문재인 정부는 수십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고, 종부세 최고세율은 6%까지 올랐다. 윤석열 정부는 다시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2000년대 초반 2억~3억원대에서 현재 1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공급 확대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기 신도시, 보금자리주택 150만호, 3기 신도시 30만호 등 공급 계획은 되풀이됐다.
문제는 속도와 구조였다. 계획 발표부터 입주까지 7~10년이 걸렸다. 3기 신도시는 2018년 발표됐지만 첫 입주는 이르면 올해 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땅을 개발해 민간에 되팔았고, 공공은 공급 통제 수단을 잃었다.
공공임대는 전체 주택의 7~8%에 머물고 있다. ‘가난한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낙인이 확대를 막았다는 분석이다. 재건축·재개발은 정권마다 규제와 완화를 반복하며 사실상 정체됐다.
지난해 8월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역대 대통령 초상화 앞을 이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싱가포르는 국토의 90%를 국가가 소유하고, 인구의 80%가 공공주택에 산다. 투기는 차단하되 자산 형성은 허용한다.
비엔나는 시민의 60%가 사회주택에 산다. 원가임대로 시세의 절반 수준이다. 중산층 75%를 포괄하고, 소득이 올라도 계속 거주할 수 있다.
캐나다는 20년간의 규제에도 주택가격소득비율(PIR)이 3배에서 10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2024년 뒤늦게 방향을 틀어 연 50만 호 공급 목표를 세웠다.
베를린은 2020년 강력한 임대료 동결을 시도했지만, 신규 매물 60% 급감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급기야 2021년 해당 정책은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인구 감소 직면…“누가, 어디에,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이들을 무작정 따라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에는 다른 변수가 있다. 인구 감소다.
합계출산율은 0.7명대로 떨어졌고, 2020년부터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됐다. 2030년대에는 본격적인 인구 감소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르는 것이 문제다. 지방은 공급 과잉인데 수도권은 공급 부족인 기형적 구조다.
또한 인구가 줄어도 가구 수는 당분간 늘어난다. 1~2인 가구 증가, 고령 인구의 주거 수요로 2040년까지는 가구 수 증가가 예상된다.
결국 문제는 단순한 ‘공급량’이 아니다. 어디에, 어떤 주택을, 누가 공급하느냐의 문제다.
‘공공이 주도하는 공급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싱가포르와 비엔나의 교훈은 유효하다. 다만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과 인구 감소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규제도 필요하고, 세금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공급 체계가 전제된 후의 이야기다. 누가, 어디에,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이 질문이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 풀이의 첫 단계여야 한다.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업소에 전세 매매 등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